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 (사진=정윤희)

[뉴시안=정윤희 기자] "디지털은 뇌만 자극하지만, 아날로그는 몸도 자극한다. 디지털 시대에 현대인들의 뇌는 지나친 자극을 받지만 정작 몸을 쓰고 반응하는 시간은 별로 없다."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 반격'을 읽고 물리학자 정재승이 언급한 '가장 신뢰하는 가설'이다. 정 교수는 우리의 뇌와 몸이 균형을 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아날로그를 쫒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지금, 여전히 필름 카메라나 즉석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몸으로 아날로그를 즐기는 방식이다. 센서를 통해 순식간에 메모리 속에 파일로 저장되는 디지털 카메라는 밋밋하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 한 장의 필름을 바로 토해내는 즉석 카메라가 우리를 훨씬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언박스에서 살펴본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 역시 그런 재미로는 온몸이 즐거운 카메라였다. 38mm의 유리 렌즈를 장착해 더 또렷하고 선명한 즉석 사진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다양한 구성품으로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기특한 장비다.

이번 편에서는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로 촬영한 사진을 통해 사용법을 살펴봤다.

유리 렌즈를 채택한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 (사진=정윤희 기자)

기존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카메라와의 차이점은 바로 렌즈다. 기존 제품은 플라스틱 렌즈를 장착해 약간 뿌연 톤의 결과물이거나 또렷한 초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플라스틱이라는 재질 때문에 흠집이 쉽게 날 수 있어 조심해서 사용해서 써야 했다. 

하지만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는 '멀티 코팅 유리 렌즈'를 채택해 반사되는 빛도 훨씬 줄여줄 뿐 아니라 또렷하고 선명한 결과물로 만들어준다. 또렷한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사진만 보다가 즉석 사진이 약간 흐릿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웠다면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만큼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는 사진 느낌이 보다 쨍하게 느껴졌다.

초점 거리 38mm, 조리개값 f/4.5의 렌즈는 나들이 가서 찍거나 일상에서 가볍게 찍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빛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찍을 수 있었다.

총 10장이 들어있는 필름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나면, 필름이 나오는 카메라의 옆면에 10개의 불빛이 필름 수를 카운트해주어 아주 편리하다. 필름이 하나씩 뽑힐 때마다 줄어드는 불빛(알림 LED)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 절로 아껴 찍게 만드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의 피사체를 한번 심사숙고해서 찍게 하거나 촬영 전 구도를 체크하거나 거리와 주변의 빛을 다시 한번  챙기게 하니, '사진의 초심'을 찾게 하는 장점이 희석하고도 남음이었다.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의 필름 표시등 (사진=정윤희 기자)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의 후면 (사진=정윤희 기자)
스플리쳐 사용 / 다중노출 선택 / 거리 조절 / 즉석사진 결과물 (시계방향 순 / 사진=정윤희 기자)

 필름 장착 후 전원을 켠 후 셔터를 누르게 되면 기본적으로 오토 모드로 작동된다. 촬영하는 주변 상황에 맞춰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값, 또 플래시 등이 자동으로 최적의 조건으로 찍을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톤의 사진을 찍고 싶다면 빛이 어느 정도 확보된 장소에서는 플래시를 끄고 찍어보자. 플래시를 터뜨렸을 때보다 훨씬 감성이 돋보이는 한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의 구성품에 포함된 스플리쳐는 다중 노출 촬영에서 독창성과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도구다. 다중 노출은 한 장의 사진 속에 여러 프레임을 겹쳐 촬영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렌즈 앞 부분에 스플리쳐를 장착해 커텐을 치듯 일부분을 열고 닫아 사진 속에 담기는 부분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 이를 응용해 한 장의 사진 속에 인물을 담고 또다른 풍경을 겹쳐 찍으면 아티스트의 예술작품 부럽지 않은 결과물로 즉석 사진을 즐길 수 있다.

또 여느 즉석사진 카메라로는 꿈도 못꾸는 클로즈업 촬영이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라면 가능하다.

구성품으로 포함된 클로즈업 렌즈를 렌즈 앞에 추가하면, 최단 거리 0.3mm까지 다가가 촬영할 수 있다. 인물사진도 평소보다 가까이 다가가 디테일을 살려담을 수 있고 음식사진도 매크로 촬영으로 평소보다 먹음직스런 장면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삼각대 소켓으로 단체 사진도 가능 (사진=정윤희 기자)
리모컨 기능을 겸한 렌즈캡으로 셀피도 편리 (사진=정윤희)
셀피시 유용한 거울형 셔터 (사진=정윤희)

특히 이 즉석 카메라의 돋보이는 장비는 렌즈캡이다.

렌즈를 보호하기 위한 렌즈캡의 용도뿐 아니라 리모컨의 기능까지 겸비해, 셀피 촬영과 단체사진을 찍는 것도 아주 편리하다. 최대 5m 거리까지 작동되는 리모컨으로, 여행과 나들이용 추억을 담기에 효율적이다. 또 셀피 촬영시 거울 역할을 하는 셔터 버튼은 작지만 제법 또렷하게 비춰주어 나름 유용하다.

이처럼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는 아날로그 타입의 카메라지만 사진 한장 한장이 단순히 셔터를 누르고 담는 행위를 넘어 흥미와 재미까지 단 한 컷의 프레임에 꽉 채워넣는 남다름이 존재한다. 또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보고 정석의 코스대로 담기보다 촬영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센스, 실험정신이 담길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는 카메라다.

세상에 딱 하나뿐인 필름 사진, 내 인생에서 딱 한번뿐인 찰나를 담아 그 가치를 지니고 싶다면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로 찍어보자.

귀한 인생사진을 보장해 줄 것이다.


▣ 다음은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엘브루스로 촬영한 즉석사진들이다.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결과물 (사진=정윤희)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라스 결과물 (사진=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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