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성욱 기자] 게임과몰입(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게 맞는가를 놓고 우리 정부 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복지부와 문체부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모양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내용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ICD-11 발효 시점은 2022년 1월이다.  

이에 발 맞춰 26일 보건복지부는 6월중 게임 이용장애 관련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관계부처,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를 비롯해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복지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무조정실 등이 주관하는 협의체가 구성되면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문체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의견을 내왔다. 최근엔 박양우 문체부 장관까지 나서 "게임 과이용에 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WHO 결정에 추가 이의제기도 검토할 방침이다.  

가장 큰 반응은 게임업계에서 나왔다. 게임업계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복지부와 입장이 다르다. 게임이용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진단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한다. 

WHO와 의학계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둘러싸고도 의혹의 시선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일진들은 돈 내 놓으라고 괜한 손목 비틀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복지부가 게임사업자에게 중독 치유에 필요한 분담금을 부담토록 하는 이른바 '게임중독세' 도입을 논의중이란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글로벌 게임산업 규모는 1620억 7900만 달러(181조 6905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2%로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게임을 바라보는 중독, 도박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다른 산업처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성장한 13조 1423억 원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80.7% 증가한 59억 2300만 달러(6조 6980억 원)에 달한다. 

WHO의 사항은 그야말로 권고일 뿐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각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일 뿐이다.

이 개정안은 194개 WHO 회원국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2022년부터 발표되지만 국내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질병과 사망원인)에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2025년 전후로 예상된다.

한편  C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은 45.1%, 반대는 36.1%로 조사되었다. 이 조사는 1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에게 접촉해 최종 511명이 응답을 모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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