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자동차 유튜버 VIK튜버 모집 포스터 (기아차 캡쳐)
기아 자동차 유튜버 VIK튜버 모집 포스터 (기아차 이벤트 페이지 캡쳐)

[뉴시안=정창규 기자]  “유의사항-지원자들이 제출한 기획안의 저작권 및 소유권은 기아자동차에 귀속됩니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빅(VIK) 튜버’를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창작물 공모전’을 대하는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내달 21일까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빅(VIK)튜버'를 모집하고 있다.

빅 튜버는 미래의 자동차 관련 인플루언서를 육성하고, 기존 형식을 뛰어넘는 참신하고 색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기아차가 새롭게 마련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이다.  빅 튜버로 선발된 지원자는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매월 1건씩 기아차와 관련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기아차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 △총 2000만원의 활동비 △각종 전문 교육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시승 차량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빅 튜버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빅튜버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와 관련된 참신한 영상이라면 여행, 시승기, 브이로그에서 유머, 광고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든 가능하다는 점이다. 운전면허증은 반드시 소지해야 하고 유튜브를 이미 하고 있는 지원자에 한한다는 정도로 참여할 수 있는 대상과 폭을 확대했다는 점, 그리고 자동차 기업이 직접 크리에이터를 교육시키고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기아차가 예시로 제시한 영상 스토리보드 샘플 (자료=기아자동차)
기아차가 예시로 제시한 영상 스토리보드 샘플 (자료=기아자동차)

문제는 기아차가 ‘창작물 공모전’을 대하는 진정성에 있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유튜버가 되는 것을 꿈꾸는 일반인 유튜버에게는 교육과 능력 발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일반인 공모 이벤트에서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저작권 관련 한계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기획안의 저작권 및 소유권이 기아자동차에 귀속된다는 부분이 때문이다.

기아차는 기존 형식을 뛰어넘는 참신하고 색다른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자가 스스로 작성한 기획안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출된 아이디어 모두가 기아차의 무형자산으로 귀속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라면 응모작들 중 입상하지 않은 기획안의 경우에는 저작권과 소유권에 대해서는 기아차가 어떠한 권리도 취득해서는 안된다. 이는 지난 2014년 5월 화체육관광부가 이러한 문제 때문에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마련·배포한 바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모전에서 입상한 응모작을 이용하기 위해 공모전 주최 측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해당 응모작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이용허락을 할 때는 공모전 주최는 저작권자인 응모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해하면 안 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응모자나 주최 측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해결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은 저작물로서 창작동영상(UCC)·캐릭터·포스터·시·에세이·디자인 공모전 등 창작공모전은 모두 해당한다고 명시해 뒀다.

기아자동차 빅튜버 모집에 올라온 유의사항 문구 (화면 캡쳐)
기아자동차 빅튜버 모집에 올라온 유의사항 문구 (화면 캡쳐)

쉽게 말해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공모전의 주최 측은 입상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취득할 수 없으며, 입상한 응모작에 대해서도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양수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고지할 수 없다. 이는 몇년 전 공모전 아이디어 갈취 문제가 사회문제로 지적되면서 공모전 저작권 관련 사항을 명확히 한 부분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아차는 공식 해명 없이 해당 내용을 삭제해 버렸다. 신중을 기해야할 ‘공모전’을 대하는 기아차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뉴미디어팀 이기훈 부장은 
“관련팀에 문의한 결과 프로그램에 선발된 유튜버에 관한 사항을 언급한 것일뿐 지원자들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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