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주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주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 “금융보안원 주도로 민간 회사끼리 서로 가지고 있는 금융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금융 빅데이터'를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 데이터 거래에 있어 법적 근거 미비와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출범할 데이터거래소를 놓고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내년 상반기 비식별 정보로 가공한 카드가맹점 매출과 통신요금 납부내역을 포함한 정보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신용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 중 5%(200만명)를 무작위로 뽑아 누군지 알 수 없도록 비식별화한 뒤 상품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회에 계류된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와 무관하게 빅데이터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금융위 발표에 따라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는 ▲신용정보원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데이터거래소 ▲데이터 전문기관 지정 ▲데이터표준 API로 구성된다. 또 앞으로 금융과 통신, 유통관련 비식별 처리된 정보가 팔리게 된다. 금융보안원은 이들 정보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중개시스템을 구축한다.

금융위는 올 4분기 거래소를 시범 가동한 뒤 내년 상반기 공식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면 서로 다른 산업의 정보를 활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핀테크 업체가 목표 고객군의 대출규모, 연체현황에 대한 DB를 확보한다면 이들을 겨냥한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창업기업은 시장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에서 형평성 문제를 놓고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와 은행간에도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마당에 핀테크나 외부 기업같은 타 업권에 정보를 내주라는 논의에 참여할 의사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고객정보보호가 엄격해진 상황에서 금융사 그룹 내부의 계열사 간에도 고객 정보 공유가 금지돼 있어 금융사들이 참여하기를 꺼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거래를 정부 주도로 중개(운영)한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해외의 경우 미국에선 2500개 이상의 데이터 중개상이 민간·공공부문 데이터를 모아 팔고 있다. 중국에서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2000여개 기업이 빅데이터 거래소를 활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개인신용정보의 경우 아무리 보안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해도 완벽할 순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며 “개인신용정보를 사고 파는데 대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신용정보원이 보유한 정보를 소수의 업체에 제공하면 특혜시비에 휘말릴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공전으로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법 논의가 지지부진 한 가운데 외국과 달리 정부기관 주도의 거래소 운영에 대한 우려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측은 2014년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같은 대형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특정 개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없도록 이름과 생일 등을 삭제하는 비식별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데이터 혁신 관련 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총 3개안이다. 각 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 됐다고는 하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개정안이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결국 시스템을 만들어두고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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