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사진=뉴시스)
중국 화웨이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할 경우 비참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포함해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불러 이같이 압박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같이 중국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화웨이와 거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양국간 갈등의 불똥을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 온라인판인 환추왕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당국이 외국 기업들을 불러 경고했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주관 부처가 중국에서 경영하는 외국 기업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대외개방의 문은 점점 더 열릴 것이다”면서 “우리는 투자환경 개선, 즉 외국 기업에 더 유리하고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와서 투자를 하고, 중국 발전의 기회와 이익을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정통한 두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3~4일 국내 기업인 삼성, SK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암(ARM) 등 글로벌기업들을 불러 압박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이날 소환에 대해 중국 경제기획을 총괄하는 국가개발개혁위원회가 주도하고, 상무부와 산업정보기술부 관계자들이 참여했으며, 3개 정부기관의 참여는 높은 수준의 조율과 중국 최고지도부의 승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특정기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화웨이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현재까지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물론 MS, 델, 암 등 글로벌기업들도 NYT 보도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의 압박이 급기야 개별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며 “양국간 갈등의 불똥이 한국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우리정부도 화웨이 문제에 대해 조속히 원칙 있는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에서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상하이(MWC 2019)’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일제히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벌써부터 양국의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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