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계 125대 한정판 라이카가 갖는 의미
[기자수첩] 전세계 125대 한정판 라이카가 갖는 의미
  • 정윤희 기자
  • 승인 2019.06.1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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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모노크롬 드리프터 에디션,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장인이 만드는 카메라
전세계 125대만 판매되는 라이카 M 모노크롬 드리프터 에디션 (사진=라이카)

[뉴시안=정윤희 기자] 어린시절 살던 아파트 상가에서 치킨집을 하던 칠순 어르신은 자칭타칭 '한량'이셨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식 치킨이라기보다 옛날 통닭이었다.

그는 자신의 본분이 치킨집 주인이라는 걸 자주 잊고 동네일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결국 몇년 가지 않아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적절한 기름 온도에 맞춰 일정 시간 튀겨내야 하는 치킨을 그날그날 기분대로 제조했기 때문이다.

어떤날은 기가막히게 맛좋은 치킨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제대로 치킨이 튀겨지지않아 고객들로부터 종종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치킨맛이 오락가락한다는 소문이 퍼져 매출이 끊겨 문을 닫게됐다. 

"다른데 신경쓰지 말고 치킨이나 잘 튀기세요"라고 항의라도 할라치면 "사람이 닭을 튀기다 보면 더 튀겨질 때도 있고 덜 튀겨질 때도 있는데 뭘 그리 타박이냐"며 말문이 막히는 대답을 하곤 했다.

어르신의 말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동일한 맛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이 어느것 주위를 점령한 것은 이런 영향도 있다 싶다. 

기술이 숙련된 장인들은 사람이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퀄리티의 품질을 유지하며 수작업으로 최선을 다해 뛰어난 마스터피스를 생산하곤 한다.

카메라 제작 기술의 장인들이 많기로 소문난 라이카가 이번에 라이카 M 모노크롬 에디션 '드리프터(Drifter)'를 내놓았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지만 뱀피 무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라이카 한정판은 전 세계 딱 125대만 판매된다.

라이카의 M 모노크롬은 멀쩡한 컬러 센서가 탑재돼 있지만 굳이 흑백으로만 저장하게 만든 '디지털 흑백 사진 전용 카메라'이다.

흑백사진에 대해 향수가 짙은 실버 세대는 한번쯤 사용해 보고 싶을 수 있다. 바디 가격만 880만원에서 1100만원 정도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다.

어떻든 원래 성격도 한정판에 가까운 카메라에 특별한 디자인을 입혀 전세계 125대만 생산한 제품이니 400만원대 35mm 즈미크론 렌즈가 탑재될 경우 무난히 1000만원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크 M 모노크롬 에디션이 한정판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에는 검정색 무광바디에 모든 색채를 제외하고 블랙 소가죽을 장착하고 야광 도료를 사용한 '스텔스 에디션'을 125대 한정판으로 판매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라이카는 이렇게 한정판을 내놓는 것일까?

깊은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한정판은 평균 6개월내에 모두 소진된다고 한다. 꾸준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계속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치킨집 실패에도 개의치않고 근처 부동산 소개소에 출근하듯 나오셔서 꾸준히 동네일에 분쟁해결사로 나섰던 한량 어르신도 차라리 하루 몇마리 한정판으로 판매했다면 어땠을까.

라이카의 신제품 한정판을 보며 떠오른 옛 추억에 새삼 옛날 통닭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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