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20 국가대표팀 정정용 감독 (사진=뉴시스)
한국 U-20 국가대표팀 정정용 감독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국장] 한국축구대표팀의 역대 가장 멋진 구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홍명보 감독이 내세웠던 원팀, 원 스피릿 원 골이였다. 그러나 내부는 2012 런던올림픽 출전 멤버와 비 출전멤버 등으로 갈라져 있는 등 구조적으로 원 팀이 되기 어려웠고, 결국 1무2패로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야 했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단은 원 팀, 원 스피릿, 원골 정신을 착실히 수행해 피파(FIFA)주관 대회 사상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감독 코치 선수 프런트가 하나로 뭉쳐 기적을 연출해 낸 것이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4강까지 올랐으나 준결승전에서 브라질, 3,4위전에서 폴란드(각각 1대2패)에 밀려서 4위에 그치고 말았다. 2002 한. 일 월드컵 축구대회도 마찬가지 였다. 강호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 이겨 4강에 올랐으나 준결승전(독일 0대1패), 3,4위전 터키(2대3패) 역시 체력이 부족해 4위에 그쳤다. (최덕주 감독, 2010 트리니다드토바고 U-17 여자월드컵 대회 우승 제외)

한국축구 그동안 체력 저하로 4위가 한계

한국 축구는 조별 예선에서 체력을 소진 한 후 한두 경기는 정신력으로 버텼으나, 4강 이후 부터는 체력이 고갈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정용 감독이 이 끌었던 폴란드 U-20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팀은 포르투갈,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강팀들과의 조별 예선을 거치면서 특히 남아공과의 경기를 수중 전으로 치르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일본과 16강전은 아시아 라이벌 팀이기 때문에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세네갈과의 8강전은 전, 후반 90분, 연장전 30분 등 120분 동안의 혈전(血戰)을 벌여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상대팀인 에콰도르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리와 만나기는 했지만, 어쨌든 체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끝에 1대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올랐다.

‘정정용 호’가 토너먼트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체력적인 면에서 실패하지 않은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전담, 4월 한 달간을 거의 모두 체력훈련으로 보냈다. 이강인 선수는 “축구를 시작해서 이런 강한 체력훈련은 처음 받아본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였다.

두 번째는 힘의 분배(分配)다. 우선 한 경기를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 주로 전반전은 수비위주로 체력을 세이브하고, 후반전에 총력전을 편다. 그리고 교체멤버(3명)는 물론 스타팅 멤버에도 변화를 줘서 특정선수의 체력이 방전(放電)되지 않도록 했다.

정 감독 별명 ‘제갈 용’…제갈 공명처럼 변화무쌍한 경기운영 

정정용 감독은 이름 끝에 용자가 있어서 그런지 별명이 ‘제갈 용’이다. 선수들도 정 감독의 제갈 공명처럼 변화무쌍한 경기운영에 혀를 내 두른다.

정 감독은 세네갈과 8강전까지는 전반전 보다는 후반전에 힘을 줬다. 그 때 까지 한국이 얻은 7골 가운데 6골이 후반전에 나왔다. 그러나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전에서는 전반전부터 공격적으로 나와 결국 전반 39분에 이강인의 창의 적인 프리킥에 이은 최 준의 회심의 결승골을 이끌어 냈다.

경기를 하는 도중에도 상대팀의 전력, 골이 꼭 필요하거나 수비가 필요한 경우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수시로 변화를 준다. 그리고 3장의 교체카드를 무의미(無意味)하게 쓰는 경우가 없다. 꼭 필요할 때 꺼내든다. 상대 팀 감독으로서는 제갈 공명의 변화무쌍한 전술변화에 놀아 날 수밖에 없는 위(오)나라 장수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 감독은 프로축구선수 경력이 전무(全無)하고, 고향 팀이 대구 FC 코치를 잠깐 지낸 그야말로 일천한 경력의 지도자다.

정 감독이 1983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4위의 박종환. 2002한일월드컵 4위의 거스 히딩크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홍명보 감독을 넘어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그들에 뒤지지 않는 업적을 남겼다.

에콰도르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중인 U-20 국가대표팀 (사진=뉴시스)
에콰도르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중인 U-20 국가대표팀 (사진=뉴시스)

정 감독의 체력회복 체리쥬스는 해프닝

폴란드 U-20 월드컵 축구대회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 팀이 사상 처음 결승전에 오르자 제갈룡 이라고도 불리는 정 정용 감독의 체력회복에 특효라는 체리 주스 등이 화제에 올랐었다.

정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체리 주스를 마시게 하는데, 체리 속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인 등이 손상된 근육을 빨리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진선 한국 스포츠 정책과학원 연구원은 모 언론사와 "체리 주스는 염증 제거와 함께 DNA 손상방지, 피로물질 축적을 제거하는 등 회복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들은 경기 중에는 몸에 빨리 흡수되는 에너지 ‘젤’로 당을 보충을 한다. 스포츠 생리학 박사 과정을 밟은 정정용 감독이 코치진과 함께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리 쥬스나 젤 등은 체력회복에 약간 도움이 되는 건강음료이지 특효약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에 그런 음료가 있다면 그야말로 그 음료를 개발한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포포프 선수 결장 우리에게 유리…결승전 체력싸움 될 것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은 결국 체력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선수들이라 체격이 큰데다 개최국 폴란드에 이웃해서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체력 면에서 우리보다 매우 유리하다.

우리로서는 20일 동안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중 전(남아공전), 연장 전(세네갈 전) 까지 치르며 소진된 체력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체력만 버텨준다면 기량, 선수들의 사기, 정정용 감독의 경기운영능력 등으로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침 우크라이나 전력의 30퍼센트라는 포포프(수비수 이면서도 10골 중 3골 기록) 선수가 이탈리아와 준결승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서 나오지 못하는 것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결승전은 우리시간으로 6월16일 일요일 새벽 1시. 시청하기 매우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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