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19에 참석한 팀 쿡 CEO와 조너선 아이브 (사진=AP/뉴시스)

[뉴시안=최성욱 기자] 현대 디지털 제품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구축한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가 27년만에 애플을 떠나 독립한다. 그는 애플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벤쳐 기업을 설립, 애플과 지속적으로 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사실은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즈(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브는 올해 말 애플을 떠나  '러브프롬(LoveFrom)'이라는 크리에이티브 벤처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브는 1992년 애플에 입사한 후 스티브 잡스가 CEO로 복귀한 1997년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매니아들 사이에는 여전히 인기가 좋은 애플 최초의 PDA 뉴턴(Newton)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투명의 일체형 디자인 아이맥(iMac)은 그의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이었다. 2001년 아이팟(iPod)은 발매 이후 1억대 판매를 순조롭게 이루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해바라기 모양의 아이맥과 현재의 일체형 아이맥까지 애플의 컴퓨터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킨 그의 실력은 전세계 산업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디자인 작품을 여럿 남겼다.

잡스는 말만 할 뿐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아이브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자이너였다. 그는 2007년 6월 29일 애플의 가장 큰 히트작 아이폰을 출시하며 잡스의 첫 전화통화 상대로 등장했다. CEO와 부사장 디자이너였던 이들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아이폰의 성공을 쌍끌이 견인했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독일 브라운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철학을 따라 '레스 이스 모어(Less is More)'를 구체적인 상품으로 이룬 그의 디자인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도 전시돼 있다.

이후 2011년 잡스가 사망할 때까지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영상에 빠짐없이 출연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면서 '하얀 방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배경에 제품을 소개하는 역할은 영상의 이미지일 뿐이었지만 이후 실제로 그가 일하는 방 역시 실제로 하얀색이며 책상과 의자, 전등 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사람을 전혀 들이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잡스는 사망시 유언으로 회사 임원들에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은 하지말라고, 자신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디자인만큼은 아이브에게 맡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후 팀 쿡을 도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일해왔지만 최근 들어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조언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의 후속으로 영국왕립디자인 학교의 명예직 총장을 맡으며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시간을 가진 것이 애플 팬들에게는 아픔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잡스를 준비하는 애플의 또다른 도약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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