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언급 없던 재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사진=뉴시스)
화웨이 언급 없던 재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사진=뉴시스)

[뉴시안=최성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2일간의 방한은 여러가지 긍정적인 시그널을 불러 오고 있다.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가장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재계 역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만남 전,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총수와의 회동에 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전세계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반(反) 화웨이 전선 참여 요청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18명의 재계 총수가 참석했다. 그렇지만 눈길을 끌었던 것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불참이었다.

현장에는 권영수 부회장이 (주)LG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업계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올 경우 미중 간 무역분쟁의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전반적으로 무리없이 진행되었지만 두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오사카에서 진행된 G20 폐회식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미국 기업들이 계속 화웨이에 제품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사안에 대한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정리 끝'인 상태다.

화웨이 문제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지만 풀려나가기 시작했고, 몇주 내에 미중 무역협상을 통해 해결될 분위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구 회장의 참석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보인다. 

이미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고 정보 보고가 진행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를 우려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걱정없이 참석해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든 기업의 파트너 결정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몫이다. 미국의 간섭이라는 외부요소가 워낙 큰 부분이긴 해도 사실상 상황이 끝난 상태에서 젊은 경영진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또 다른 면은 미국에 투자를 열심히 해 달라는 투자요청이다. 이미 트럼프의 각별한 눈도장을 받은 신동빈 롯데 회장은 추가 대미투자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계 총수를 직접 불러 일으켜세우며 대미 투자 확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회동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재계에서는 화웨이 사태에 따른 압박이 없어 안도하며 대미 투자라는 요청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큰 시장이고 당연히 투자가 진행되면 그만큼 수익이 오를 수 있지만, 국내 경기 역시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투자 요청을 하고 이를 약속하는 국내 재계 총수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똑같은 형태로 국내 기업들의 회장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투자 요청을 하는 주체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새삼 미국과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게 되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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