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12인치 모델 (이미지=애플)
맥북 12인치 모델 (이미지=애플)

[뉴시안=최성욱 기자] 가장 작은 크기로 사랑받던 맥북 12인치 모델이 단종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8년이다보니 애플의 제품 정책이 바뀌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급화되어가는 애플의 제품들은 잡스의 공백을 더욱더 실감나게 한다.

지난 10여년간 애플은 프로 라인과 일반 라인, 2개의 제품군을 운영해 왔다. 12인치 맥북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 발표된 파워북(Powerbook), 그리고 1999년 발표된 아이북(iBook)을 발견하게 된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애플 매킨토시 제품군은 출판업계의 DTP(desktop publishing)용과 작가용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데스크탑으로 맥을 사용하던 이들은 노트북으로도 맥을 쓰고 싶어했고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파워북과 아이북이다.

프로라인이 메탈 소재인 티타늄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던 것에 비해 아이북은 플라스틱으로 외장을 꾸몄지만 칙칙한 블랙 톤이 아니라 컬러풀한 조개모양의 클램쉘(Clamshell)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후 12인치 제품들은 맥북으로 이어졌는데 휴대성을 높인 제품으로 굳이 프로 라인이 필요치 않은 이들은 맥북으로도 부족함없이 여러가지 작업을 하곤 했다.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프로 라인의 크고 무거운 제품들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맥북 에어를 출시했다. 흡사 잘 벼려진 칼 같은 모양의 맥북 에어는 2008년 출시때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맥북에어 (사진=애플)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맥북에어 (사진=애플)

오랫동안 매킨토시를 사용해온 곽동수 IT 칼럼니스트는 "맥북이 일반 세단이고 맥북프로가 고급 세단이라면 맥북 에어는 스포츠카같은 포지션"이라고 표현한다. 잡스 생전에는 이 3개의 제품라인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잘 유지되었다. 

특히나 맥북은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외관과 성능 모두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여전히 999달러, 1천달러가 안되는 가격으로 부담을 던 제품이었기에 꾸준히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같은 구성이 흔들린 것은 최근 애플이 프로 라인의 가격을 조절하면서 맥북의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세 제품라인이 비슷해지면서 사용자들의 혼선을 불러온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경우 4인치대 화면이 6인치까지 커질동안 노트북은 12인치 4:3비율이 13.3인치 16:9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 7월 10일 애플은 맥북 라인을 단종시키고 13인치대의 맥북 프로와 맥북에어, 15인치 맥북프로로 라인업을 정리했다.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단종된 맥북 12인치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3인치 맥북에어 모델은 1099달러(국내 판매가격은 149만원)로 맥북 계열에 비해 100달러 더 높은 편이고, 1천달러가 넘는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오래니 충분히 이해될 수도 있지만, 오랜 맥북 사용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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