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본사의 로고 모습 (사진=AP/뉴시스)
페이스북 본사의 로고 모습 (사진=AP/뉴시스)

[뉴시안=최성욱 기자] 한마디로 '찻잔속의 태풍'이 한차례 지나간듯 하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18일 백서를 발표하며 비트코인을 대신하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리브라'라는 이름의 가상화폐 발행을 접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과 은행산업에 미칠 변화가 심대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상적인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꿈꾼다고 밝힌 페이스북의 입장은 명확했다. 장기적으로 국가 통제를 받지 않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목표라고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 소외된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했다. 

바로 이 부분이 페이스북이 발목을 잡았다. 페이스북의 사용자만 해도 전세계 24억명이고 계열사로 거느린 사진SNS 인스타그램이 10억명, 메신저인 왓츠앱이 10억명이라는 엄청난 규모는 비트코인등과는 비교도 안되는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변신을 예상케 했다. 예컨대 페북 사용자들이 자신의 예금중 일부만 옮겨도 1조원은 거뜬히 넘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페이스북은 해외송금 수수료등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금융업계는 물론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모두 페이스북의 계획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의회가 나서서 페이스북같은 IT기업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 자체를 막겠다는 법제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16일 (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청문회를 시작하기로 일정을 정했다. 16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 17일에는 하원 법사 소위원회에서 청문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이에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범죄 악용 우려가 해소될 때 까지 출시하지 않겠다"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리브라의 총괄 책임자인 데이빗 칼리브라는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 중앙은행으로부터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규제당국과 중앙 은행의 사전 감독을 충실히 받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어떻든, 기존의 금융권 기반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위력의 리브라는 잠시 중단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금융계와 기존 체제는 우려가 크겠지만 이는 꺼질 수 없는 시도이며 궁극적으로 금융권 자체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형으로 보아야 옳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시작될지 모르지만, 수수료에 기대어 땅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는 각국의 금융권들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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