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패박람회 홈페이지 캡쳐
2018 실패박람회 장소안내 (이미지=홈페이지 캡쳐)

[뉴시안=이준환 기자] 작년 6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 최초로 '2018 실패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공동 추진 선포식을 가졌다.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실패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 장으로 실패에 대해 공감하고 격려하며 재도전을 응원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진행된 행사였다.

행사가 끝난 후 행안부는 11개 권역, 1500여명이 참여한 지역별 실패의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본행사에는 약 5만여 국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실패박람회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억하는 이 많지 않은, 주목받지 못한 행사로 분류될 수 있다. 

행안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2월에는 대구·대전·강원·전주 등 4개 권역별 자치단체와 2019 실패박람회를 공동 개최하기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진영 장관이 행정안전부에 새로 취임한 것이 4월이고 실패박람회를 처음 개최한 주무부서이니 올해 행사 진행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부처 담당자들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패를 넘어 재도전하게 만드는 풍토는 정부부처의 이벤트만으로는 쉽게 바뀔 수 없다.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문제를 이벤트로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이 비용과 시간으로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한 다른 행사를 진행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로고 (사진=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 로고 (사진=뉴시스)

그런데 이런 실패 이야기에 중기부도 동참하고 나섰다.

진영장관과 마찬가지로 4월에 취임한 신임 박영선 장관이기에 7월에 진행하는 중기부의 '2019 재도전 인식개선 공모전'은 예정된 일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별 의미없는 행사를 장관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한다면 장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는게 당연할 것이다. 

공모전 수상자 15명에게 중기부 장관상, 행정안전부 장관상 등 상장과 함께 최고 1천만 원의 상금과 ‘20년 재도전성공패키지 사업 신청 시 가점 등 재기를 위한 혜택이 주어지는 '혁신적 실패사례'공모는 정부 보조금의 또다른 지금행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참여를 희망하는 예비재창업자 또는 재창업자는 과거 창업실패 사례 및 재도전 경험담과 재창업 아이템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는데 얼마나 혁신적으로 실패를 해야 여기에 선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재도전 응원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도전 캐치프레이즈’와 ‘재도전의 날 일자’ 공모전도 함께 추진된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의미를 찾기 힘들다. 2010년 핀란드에서 시작된 실패의 날(Day of Future) 10월 13일은 이미 잘 알려진 실패의 날이지만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도 힘들다. 

핀란드의 한 대학과 민간 영역에서 시작된 실패의 날을 굳이 우리 정부가 나서서, 그것도 2개 부처가 아이템 돌려막기식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포상이 걸려있는 행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패박람회가 내년에도 진행되는지, 아니면 올해까지 진행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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