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재웅(사진 가운데)  (사진=대한육상연맹)

[뉴시안=기영노 편집국장]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는 해당 종목의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의 위상조차 바꿔 놓았을 정도로 지난 10여 년 간 세계무대를 섭렵하면서 ‘홍보대사’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이 메달은커녕 A풀(8명이 치르는 결승)에 조차 오르지 못했을 때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올림픽)을 따내 자신은 물론 한국수영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후 은퇴할 때까지 세계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대회에서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면서 변방에 머물던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러시아·미국·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피겨 강국들과 거의 대등한 상태까지 끌어 올렸다.

이제 육상에서 이재웅, 양예빈이 박태환 또는 김연아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재웅 1500m 아시아무대 멀지 않아

경상북도 영천에 있는 영동고등학교 2학년 이재웅 선수가 28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던 1500m 고교육상 신기록을 세워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재웅 선수는 지난 7월13일 일본 홋카이도 시베쓰시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19 호쿠렌 디스턴스챌린지 3차 지토세대회 남자 1500m 경기에서 3분44초18을 기록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1500m 은메달리스트 김순형 선수가 지난 1991년 기록한 3분44초50의 고교한국신기록을 0.42초 경신한 고무적인 기록이다. 이재웅은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호쿠렌 디스턴스챌린지 3차 지토세대회에서 일본의 일반부 선수들과 겨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남자육상 1500m 한국 신기록은 김순형 선수가 경북 대학교에 재학하던 1993년 기록한 3분38초60이다. 김순형 선수는 199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제10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신기록을 세웠었다.

이재웅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기록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웅 선수는 지난 3월 아시아청소년육상대회에서 3분56초36에 그쳤었다. 그러나 5월에 있었던 종별육상선수권에서는 3분54초67로 불과 두 달 만에 1초59나 줄였다. 그리고 또 두 달이 지난 7월 경기에서 3분44초18로 무려 10초49나 단축했다.

이재웅 선수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불과 4개월 동안 12초18이나 줄인 셈이다. 거리상으로 100m 가까이 단축한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기록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

1500m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종목

이재웅의 현재 기록 3분44초18은 한국신기록(3분38초60)에 9초42나 뒤진다. 그러나 지금 같은 추세대로 나가면 2~3년 내에 깨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성은 불과 17살로 중거리 선수가 최절정기에 접어드는 20대 중반까지 아직 7~8년이나 남아있다. 만약 그대로 성장하면 한국 신기록을 넘어서 아시아무대까지 넘볼 수 있다.

남자육상 1500m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첫 금메달을 딴 매우 의미 있는 종목이다.

한국전쟁으로 1951년 1회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은 한국은 1954년 2회 마닐라 아시안게임에 출전, 남자육상 1500m에서 최윤칠 선수가 3분56초0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마라톤이 주 종목인 최윤칠 선수가 깜짝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남자 1500m 세계신기록은 1998년 7월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골든 갈라 육상 대회에서 모로코의 히참 엘 게루이 선수가 세운 3분26초00이다.

질주중인 양예빈 (사진=대학육상연맹)
질주중인 양예빈 (사진=대한육상연맹)

양예빈, 임춘애 능가하는 유망주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800m, 1500m 그리고 3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면서 3관왕에 올랐던 임춘애는 훈련과정에서 라면을 먹은 것 때문에 ‘라면소녀’로 더욱 유명해 졌었다.

한국 여자 육상에 임춘애 이후 33년 만에 최고 유망주가 나타났다. 육상샛별, 육상천재, 계룡여신, 등등 육상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양볘빈 선수다. 양예빈 선수는 지난 5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400m(55초94), 200m(25초20), 16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3관왕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저 유망주에 그쳤었다. 그러나 양예빈은 소년체전 이후 한 달만에 자신의 최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 국제육상대회 200m에서 24초98을 기록하며 드디어 24초대에 접어들었고, 이어서 경북 김천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육상대회 400m에서 55초65를 기록, 불과 한 달 만에 0.29초나 단축 했다.

지금 같은 추세대로 나가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21년에는 양예빈 선수가 김하나 선수가 갖고 있는 200m 한국신기록(23초69), 이윤경 선수가 세운 400m 한국신기록(53초67)을 모두 갈아 치울 가능성도 있다.

양예빈은 이제 15살로 중학교 3학년이다.

키가 1m61cm로 육상 선수 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다리 길이가 98cm나 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육상을 재미있어 하고 도전하는 것을 즐겨한다.

양예빈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 아직 주 종목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일단 200m와 400m 두 종목을 겸하다가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선택할 예정이다. 육상의 200m는 단거리, 400m는 중거리에 해당되기 때문에 훈련방법이 다르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주 종목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 선수가 주 종목을 정할 때는 국내 뿐 만 아니라 적어도 아시아무대는 내다봐야 할 것 같다.

한국 육상 지난 4월 사망선고 받아

한국 육상은 지난 4월24일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23회 아시아육상선수권서 금메달을 커녕 동메달 한 개도 따내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었다.

1973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최악의 성적은 지난 2013년 인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의 동메달 2개가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한국육상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마침 유망주 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셈이다.

그러나 비만 온다고 해서 저절로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이 아니듯, 대한육상연맹 차원에서 유망주들이 중도에 시들지 않고 쑥쑥 자라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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