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8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전격 인하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악화된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부양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p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지난 2017년 11월 금리인상이 단행된 이후 1년 8개월만에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금리인하가 단행된 것은 사상 초저금리인 1.25%까지 내려갔던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르면 이번주 중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 고려시 기준금리 인하 폭이 수신금리에 전부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관련 상품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는 코픽스 (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등과 연관이 깊어 하락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계속되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와 함께 국내 금리 인하가 함께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시장의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종가 기준)은 5만4580원(1돈 20만4675원)으로 전날보다 580원(1.07%) 올랐다. 이는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최고가다. 

국내·외 경제에서 지속되고 있는 불확실성의 여파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게 거래소 측 분석이다. 또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금 가격에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서울 주택시장 조정기를 맞아 한동안 잠잠했던 '상경투자'가 다시 재개됐다. 지방의 거주자가 서울 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대개 차익 실현을 기대하는 투자 목적의 매수로 풀이된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서울 집값 하락세도 둔화되자 서울 주택시장으로 투자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계에서는 실물경제 침체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로 인한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시행중인 강력한 대출규제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 영향력에 제한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집값 반등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행을 예고한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것과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1주택자에 대한 세금부담 강화 등 추가 대책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출 주력업종인 자동차 산업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 판매 부진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위축됐던 국내 자동차업계는 금리 인하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리인하가 원화약세로 이어질 경우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 매출은 1200억원, 기아차 매출은 800원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내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는데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조건의 할부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돼 할부 구매 부담이 줄어드는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조금 더 좋은 판매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고 소비심리가 좋아지면 자동차 산업에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시름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 금리 인하 시 대출채권 및 이자수취채권 등에서 자산운용이익률이 저하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금리 확정형 상품비중이 상당하거나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 중인 일부 보험회사의 경우 금리역마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이번 기준 금리 인하는 보험회사가 미래 예측 손실에 대비해 적립하고 있는 평가성 준비금 적립 부담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평가성 준비금의 경우 금리 인하 시 할인율이 낮아져 준비금 적립 부담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카드사들에게 이번 기준 금리 인하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기준 금리가 인상될 경우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은 커지지만 반대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조달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꾸준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해 실효하한 금리도 낮아진 만큼 충분히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는 논리다. 1~2차례의 금리인하는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적 여력이 남아있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국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금리인하 횟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금리인하를 유력시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 속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되지 않는 한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내리고 내년 상반기 1.00%까지 낮출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며 "2020년부터 장기 저금리 시대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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