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의 카메라가 분주해졌다. 일상에서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보고 즐기고 먹는 것 하나까지 모두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기 마련이다. 여행사진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인물ㆍ풍경ㆍ소품 등 다양한 피사체를 한꺼번에 찍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능숙한 스킬과 테크닉이 요구된다. 이에 뉴시안은 '여행사진 잘 찍는 법'을 여러 편에 나눠, 꼭 알아두면 좋은 기능과 평소 사진 촬영에 도움이 되는 팁을 위주로 쉽게 전해보고자 한다. 독자들의 멋진 여행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약간의 여유를 갖으면 깔끔한 여행 사진 가능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정윤희 기자] 최근 비즈니스와 마케팅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도구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사항을 하나의 이야기 혹은 내러티브로 담아내는 기법을 의미한다.

똑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그냥 단순히 쓰임새와 기능을 강조하는 방법이 아니라 물건의 탄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거나 사람을 등장시켜 풀어나가는 방식이어야 더 잘 판매가 된다. 호기심과 재미를 곁들여 감성를 자극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도 다르지 않다.

수많은 전문 사진 작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사진 잘 찍는 비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최신 출시된 고가의 카메라를 갖추고 장비가 다하는 사진은 찍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이야기가 담긴 사진은 마음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즉 한 장의 이미지를 보는 순간, 웃음짓게 하거나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가득 담겨있는 것이 진짜 좋은 사진, 잘 찍은 사진이라는 말이다.

2편에 걸쳐 알아본 여행사진 잘 찍는 법에서는 여행 사진에 어울리는 장비와 꼭 알아두면 좋은 기본 기능을 살폈고, 이번 편에서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 감성을 자극하는 여행 사진을 찍는 법을 알아보자.


심플이 정답이다, 레스 이즈 모어 (Less is More)

패션이나 디자인 분야의 대세인 미니멀리즘은 사진 속 프레임에 적용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 여행은 해당지역의 랜드마크를 방문하거나 유명한 장소를 중심으로 다니기 때문에, 사진을 찍다보면 군중 사진인지 여행 사진인지 구분이 안된다. 추억을 담아 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의 모습을 담아온 형국이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정했다면, 한 프레임 속에 해당 피사체를 중심으로 심플한 이미지가 되도록 잘 정돈한 후 찍는 습관을 들여보자. 풍경과 인물, 음식 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담게 되면 사진을 볼 때 너무 많은 구성 요소에 시선이 각자 분산되어 산만해보이기 마련이다.

피사체를 최소화하고 단순화하라 (사진=정윤희 기자)
풍경도 주변을 정리하며 구도를 잡으면 효과적 (사진=정윤희 기자)

바로 사진에 담긴 스토리텔링이 너무 많아져 오롯이 주제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찍는다면, 오로지 커피 한 잔만 찍어보자. 여기에 지난 편에서 배운 구도를 적용해 커피잔을 중심에 두기보다 좌 혹은 우측에 두고 찍는다면 훨씬 멋스런 사진이 된다. 

군살 없는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듯, 사진 속 프레임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며 촬영해보자.
 

언더 혹은 오버, 노출값 조절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이동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노출에 변화를 주면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박물관이나 수족관처럼 어두운 실내 장소로 들어갈 경우,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는 스스로 빛의 양을 감지해 밝게 찍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해당 장소의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노출 보정값을 살짝 언더로 낮춰주면 더 운치있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근사한 미술작품이나 수족관의 풍경을 담을 때도 허옇게 톤이 바랜 느낌보다 톤을 다운시켜주면 피사체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대로 밝은 실외에서 촬영할 경우 카메라는 빛의 양이 많은 것으로 파악한 후 톤은 어둡게 낮추려 한다. 이때는 노출 보정값을 오버로 높여주면 원하는 톤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셔터를 누르기 전 노출 보정값을 조절해 찍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노출 보정으로 사진의 느낌과 톤을 조절해 보자 (사진=정윤희 기자)
피사체가 어두워 카메라가 자동으로 노출을 높여 찍어 밝게 촬영됨 (사진=정윤희 기자)
노출을 낮춰 밝은 부분을 더 어둡게 표현, 피사체의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듬 (사진=정윤희 기자)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액정에 표시된 노출 보정값(눈금 표시)을 조절하거나 상단에 노출 보정 다이얼을 활용하고,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우는 화면을 지그시 눌러주면 노출 보정이 활성화되어 화면을 누른 상태에서 위 아래 로 천천히 움직여 조절해주면 된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노출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거나 무엇을 해도 사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카메라에 포함된 필터를 이용하는 것도 차선책이 된다. 되도록 원본은 날것으로 찍어두고 후에 필터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간 여유가 없을 땐 유용하다.

특히 '토이 카메라' 필터는 가장자리 부분에 비네팅 효과로 사진 컬러감이 훨씬 풍부하고 입체적인 느낌까지 부각할 수 있으니 사용해보자.

일반(좌) 토이카메라 필터(우) (사진=정윤희 기자)
가장자리의 비네팅으로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 (사진=정윤희 기자)

날씨와 시간은 크리에이티브를 더한다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맑고 화창하길 바라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흐리고 비라도 내리면 운없는 여행으로 치부할 정도다. 하지만 사진을 고려한다면 정작 맑은 날보다 흐리거나 구름이 많이 낀 날이 훨씬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다.

구름으로 한차례 걸러진 빛이 부드러운 효과를 발휘해 노출을 맞추기도 쉽고 사진도 자연스럽게 잘 나오기 때문에 흐리다고 절대 좌절할 필요가 없다. 더운 열대 지역을 여행할 경우 한낮에 시원하게 내리는 스콜이라도 만난다면, 촉촉하게 젖은 온갖 피사체는 최고의 컬러감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날씨를 두려워말자.

매직아워 시간대에 손쉽게 촬영 가능한 푸른 하늘 (사진=정윤희 기자)
막 해가 떨어지는 시점부터 푸른 기운이 돈다 (사진=정윤희 기자)

최근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 방수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거나 생활 방수에 거뜬하기 때문에 촬영하는 데도 장비 걱정을 할 필요없다.

촬영 시간 중 '매직 아워'라 불릴만큼 마법의 시간이 있으니, 새벽 먼통이 트는 때와 저녁에 해가 막 질 무렵의 시간을 가리킨다. 푸른 기운이 도는 이 무렵의 사진은 차분한 느낌과 함께 매력적인 파란색으로 표현되는 하늘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대부분 여행지에서의 일정은 이 시간대에 안타깝게도 저녁을 먹거나 이동하는 시간으로 메워진다.

이제 매직 아워 시간대에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담아보자. 분명 이국적인 풍경에 신비로움 분위기까지 절로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단순히 피사체만 덩그러니 무의미하게 담긴 사진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될 것이다.

여행을 마친 후 찍은 사진을 보며 잠시 추억할 수 있다면, 누군가 내 여행 사진을 보고 궁금해하며 물어온다면, 진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사진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무조건 눈에 보이는 것, 의미없는 것을 향해 셔터를 누르기보다 충분히 즐겨서 좋았던 것, 함께 다녀서 행복했던 사람을 찍어보자. 사진 그 이상의 사진, 추억 그 이상의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