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와 SK텔레콤은 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BS 박정훈 사장.(사진=SK텔레콤 제공)
KBS∙MBC∙SBS와 SK텔레콤은 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MBC 최승호 사장, KBS 양승동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BS 박정훈 사장.(사진=SK텔레콤 제공)

[뉴시안=이석구 기자] 넷플릭스와 맞설 국내 대형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다음 달 출범한다. 1400만명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토종 OTT로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OTT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국내 최대 OTT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통합법인은 내달 18일 영업양수도 및 신주 인수 절차를 마치고,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개시할 계획이다. 통합법인 및 서비스명은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은 '웨이브(WAVVE)'로 정해졌다. 이태현 전 KBS 콘텐츠사업국장이 대표로서 서비스를 이끈다.

이날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 취득 및 콘텐츠연합플랫폼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다만 공정위는 방송 3사의 콘텐츠가 통합 OTT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면서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세부적으로 경쟁 OTT와 지상파 방송 VOD 공급을 두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하고, 기존 지상파 방송 VOD(주문형 비디오) 공급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변경하지 않도록 하는 등 4가지 조건을 3년간 지키도록 했다. 다만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1년이 지난 후 시정조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앞서 SK텔레콤과 방송 3사는 지난 1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푹(POOQ)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 조직을 합친 통합 법인을 출범키로 했다. 이후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CAP) 주식 30% 취득계약 및 CAP의 SK브로드밴드 옥수수 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4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옥수수 가입자는 946만명과 푹 가입자 400만명을 더하면 133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국내 최대 OTT로 등극한다. 지난해 기준 월간 실사용자(MAU)는 옥수수가 329만명, 푹이 85만명으로 점유율은 각각 35.5%, 9.2%다. 통합 후 점유율은 44.7%로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1위가 된다.  

통합법인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공급할 계획이다.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일정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유상증자를 통해 900억원 규모의 자금도 확보했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통합 OTT 및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 합병이 완료되면 내년 초 1000만 이상 유료 가입자 기반의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며 "다양한 플랫폼과 가입자에 기반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추가적인 미디어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법인은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능력, SK텔레콤의 플랫폼 운영 능력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활발한 제휴와 협력을 통해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수급하고,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통합 법인은 전문 기술 역량, 모바일 기반 서비스 경험을 결집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콘텐츠 이용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고객들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고려해 사용이 쉽고 단순한 요금제를 새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5G 상용화 이후 초고속 네트워크 특성을 활용해 선보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실감현 콘텐츠를 결합한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미디어 기술을 지난 5년간 개발하며, 독자 기술을 '옥수수'에 차례로 탑재해 왔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OTT가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통해 대항마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OTT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42.7%가 OTT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한 이래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진입 초기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됐으나 올해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순 방문자는 240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만9000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이용자는 184만명, 유료 결제액은 2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6월 63만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올해 초 1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는 감소 추세다. 해외 사례를 볼 때 국내 OTT 시장 역시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비 방송 프로그램,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이후 3년간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에만 15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1월 출시한 오리지널 컨텐츠 '킹덤' 하나로 이용자를 2배로 늘렸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류 콘텐츠를 OTT 시장 독점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TV 콘텐츠 140여편, 한국 영화 400여편 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한류 콘텐츠 유통권을 선점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오는 11월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를 개시하는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내에 서비스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보유 콘텐츠가 방대한 데다 북미 기준 월 6.99달러의 저렴한 가격을 선보였다. 월트디즈니는 11월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방송3사 간 OTT 통합은 플랫폼, 콘텐츠 분야 대표기업 간 연합으로 토종 미디어 산업 육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통합 OTT '웨이브'는 고객에게 혁신적 미디어 서비스,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를 이끌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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