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본사의 로고 모습 (사진=AP/뉴시스)
페이스북 본사의 로고 모습 (사진=AP/뉴시스)

[뉴시안=박성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접속 속도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징금 부과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었고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친 것도 아니라는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접속이 지연되거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까지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하면 이 사건 쟁점조항의 위반 여부가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의 전송용량과 다른 CP들의 트래픽 양 등 외부의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돼 법 집행 여부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페이스북은 기존의 접속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접속경로로 전부 변경한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의 접속경로만을 변경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설령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해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가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기에 앞서 이 사건 쟁점조항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이 사건 쟁점조항의 포섭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12월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제기에서 시작됐다. 해당 망을 사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접속 속도가 떨어져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방통위는 조사를 거쳐 당시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던 페이스북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했다.

페이스북은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은 KT 망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게 했지만, KT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협의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SK텔레콤의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며 홍콩을 통해 접속하던 SK브로드밴드 용량이 부족해졌다. 이에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12시에는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졌고, LG유플러스도 평균 2.4배가 느려졌다. 민원이 늘자 페이스북은 2017년 10월 우회 변경을 원상 복구했다.

방통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시정명령에는 접속경로 변경과 관련해 동일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수립해 3개월 이내 시행할 것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두 달 뒤인 같은해 5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페이스북 접속과 관련하여 망 사용 비용을 부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계 최초의 사건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날 선고 직후 진성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 결과에 대해 존중하지만 판결문이 도착하는대로 방침을 정하겠다"며 "바로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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