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인터넷망 이용 대가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공=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CP)가 인터넷망 이용대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먼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 티빙, 페이스북 등과 함께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을 문제 삼았다. 이에 통신사들이 2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인기협은 "페이스북 판결의 본질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 때문"이라며 "망 비용 증가는 IT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와 이용자 이중 부담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와 KT, 유플러스 등이 속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는 28일 "페이스북 사건으로 부각된 문제의 핵심은 망 비용의 증가가 아니라 일부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 회피"라며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망 비용을 내지 않고 있으므로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는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통사들은 상호정산 제도 도입이 통신사가 망 비용을 상승 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지난 2016년 개정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따르면 통신사간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접속 용량에서 사용량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통사들은 과거 인터넷 트래픽 측정이 어렵고, 양도 많지 않아 무정산으로 진행했으나 최근 트래픽 증가와 기술 발전 등으로 트래픽 측정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용한 만큼 지불하는 상호정산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정부가 원가 등을 고려해 망 이용대가를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통신사는 상호 정산을 이유로 대부분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를 인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CP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고화질 동영상 위주로 바뀌면서 트래픽이 증가해 매출과 콘텐츠 수급 비용, 망 이용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구조라는 주장이다. CP가 부담하는 이용비용의 회선당 단가는 지속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KOTA에 따르면 CP 망 대가가 포함되는 인터넷전용회선 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5년 4563억원에서 상호정산이 시행된 2017년 4065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2011년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통사들은 망 비용 증가로 인해 국내 IT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국내 IT 사업중 특히 콘텐츠 산업 분야는 탄탄한 국내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쌓은 실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통신 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 등 국내 주요 CP의 망 비용 부담은 매출의 1.8% 수준으로 대형 글로벌CP가 아예 망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점도 부각했다.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통신요금 인상 등 이용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대형 글로벌 CP의 경우 전체 트래픽의 최대 40%까지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는 반면 망 대가는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어 비용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됐다. CP 또한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이용자일 뿐만 아니라 망 이용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주체로 사용 정도에 따른 대가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만일 상호접속고시가 2016년 전으로 돌아가 협상력 우위가 곧 망 무상 사용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된다면 최대 수혜자는 대형 글로벌 CP가 되고, 국내 스타트업과 CP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국내 스타트업과 CP가 상호정산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CP 시장에서 자신들의 최대 경쟁사업자이자 시장포식자를 도와주는 것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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