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산업은행)
지난 10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산업은행)

[뉴시안=조현선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 필요성에 대한 작심 발언이 연일 화제다. 이 회장은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안도 아닌 '순수한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도 나왔던 주장이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개인 사견이지만 산은과 수은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갈 정책금융이 시대에 맞게 개편될 필요성이 있다"며 "수은과 합병하면 더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기관 통합론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연구모임에서도 이 같은 필요성이 거론된 바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정책위원장으로 있는 더미래연구소는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과도하게 나눠져 있는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합·재편해 정책금융체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수출입은행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사전에 아무런 상의 없이 공식석상에서 이런 이슈를 꺼내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수은 노조는 '이동걸 회장은 무능함을 감추려는 무책임한 합병설 제기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 회장의 발언은 대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다"고 비난했다.

수은 노조는 "금융시장 발전과 상업금융기관의 역량 확대 등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정책금융은 기존의 단순 양적투입 방식을 넘어 투·융자 복합 등 민간자본과 협업 확대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 2013년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은행은 대내 정책금융, 수출입은행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 영역을 구분했다"며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인 수은이 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대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 발언"이라며 "이동걸 회장은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함을 감추고 있다"고 이 회장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이 회장의 "수은 부지가 원래 우리 땅이었다"는 발언에 대해 노조는 "타국책금융기관을 비하하고 흔드는 짓은 그만두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강한 반발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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