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를 비교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독일에서 시작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불이 붙는 모양새다. 8K TV 시장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LG전자의 맹공격이 서울에서도 이어지자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가 답을 내놓으며 거센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17일 기자들을 상대로 기술설명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8K TV의 화질 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양사의 입장에는 모두 '시장'과 '소비자'가 최우선이었으나 각사의 논리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번 공방의 포문을 연 LG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삼성 QLED 8K TV의 화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막 태동한 8K 시장에서 화질의 표준 규격 등에 대한 기준이 난립해 시장이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초 이번 공방전은 LG전자가 이달 초 열린 독일 베를린 IFA 2019에서 삼성 QLED 8K TV에 대해 해상도 기준으로 8K의 조건에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오해'를 풀겠다며 뒤늦게 후공에 나섰다. 아울러 특정 기술 표준 등에 대한 논란으로 커가는 시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우려스럽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 LG, 독일 이어 서울서도 "삼성 QLED TV, 8K 화질선명도 기준 미달" 맹공 이어가

먼저 LG전자는 이날 오전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8K 기술설명회를 개최하고 삼성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기준에 미달한다고 공격했다.

ICDM은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화질선명도' 값을 정의하고 '화질 선명도' 50% 이상을 해상도 충족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화질선명도가 50%는 넘어야 사람이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인접한 화소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8K TV는 화소 수가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로 총 3300만개 화소 수는 물론 화질선명도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화질선명도가 50% 미만이면 화소 수가 8K에 해당하더라도 해상도는 8K라고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는 12%로, ICDM 기준으로 8K 해상도를 표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LG전자 HE연구소장 남호준 전무는 "삼성의 8K TV는 8K 해상도를 가질 것이란 소비자를 오도하고, 최고 해상도를 믿고 구입한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 QLED 8K TV는 후방조명이 필요한 LCD TV인데도 'QLED 8K TV'라고 이름을 붙여 OLED TV처럼 '자체 발광'하는 제품으로 혼동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의 8K TV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진 8K 해상도 규격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2016년에 4K 화질 여부를 두고 벌어진 'RGBW(적록청백) 논쟁'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가 RGBW 방식으로 개발한 UHD(초고화질) TV는 진정한 UHD TV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가 RGBW 방식으로 개발한 UHD(초고화질) TV는 진정한 UHD TV가 아니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백선필 팀장은 "RGBW 방식으로 TV를 만들 때 보다 밝게 만드는 대신, 당시 화질선명도 값은 60%였다"며 "기준을 넘는 선에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이냐(선택한 것) 이게 맞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화질 논쟁에 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거듭 강조하며, 시장을 위해서도 기업들이 스스로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막 태동하는 8K는 첨단 기술이므로 어쩔 수 없이 소비자가 약자일 수 밖에 없어 정보비대칭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제조사들이 해상도 규격에 대한 잣대를 임의로 매기다 보면 산업 자체가 어지러워져 기업들이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뉴시스】배훈식 기자 =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2019.09.17. dahora83@newsis.com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와 LG OLED TV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 삼성, "화질선명도는 화질 판단 척도 아니다" 반격 나서

반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줄곧 강조한 화질선명도에 대해 이는 화질의 척도가 아니라고 반격했다. 삼성의 신형 8K TV가 화질선명도 값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화질선명도로 화질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17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8K 시장을 성숙하게 해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므로, 특정 기술 표준(논란) 등으로 인해 시장의 준비가 안됐다던지 하는 흐름을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용 상무는 이어 "원칙적으로는 외부(공세)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경쟁사의 공세가)노골적·직접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 중인데 소비자의 오해가 있으면 안되겠다고 판단해 이런 자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화질해상도가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1927년에 발표된 개념인 화질선명도는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으며, TV 평가 단체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는 화질 평가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신 8K TV의 화질은 화소수를 비롯해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기존의 화질 평가 기준을 8K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본 반면, 삼성전자는 8K TV에서는 더욱 종합적인 요소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설명회에서 QLED 8K를 타사 제품들과의 비교 시연을 진행했다. 비교 시연한 제품이 LG전자의 TV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자사의 QLED TV가 8K 콘텐츠 재생에 더욱 적합하다고 에둘러 강조했다.

먼저 8K 이미지 파일을 USB에 옮겨 TV에 띄우자, 삼성전자의 QLED 8K에서는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보였지만 타사 TV에서는 글씨가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설명회 현장에서 8K 카메라로 이미지를 촬영하고 각각의 TV에 송출했을 때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용 상무는 "동일 컨텐츠를 어떻게 또렷하게 (높은)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는지는 각 회사의 기술력 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의 8K 화질 전쟁이 확전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성혁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대표하는 게 좋은데, 유수의 한국 업체 두 곳이 서로 비방하며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 삼성-LG ‘TV 전쟁’, 당분간 지속 될 듯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으로 3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QLED TV는 212만대, OLED TV는 122만대가 각각 판매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기술 신경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의 '화질 공방'은 제품력에 대한 자존심 싸움과 다름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LG전자도 향후 삼성 QLED 8K TV의 화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암시했다. 이정석 LG전자 상무는 "지금 접촉하고 있는 고객은 한국 외에 글로벌 고객도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도 (8K 화질 기준에 대해) 알리는 작업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