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상점에 액상형 전자담배 쥴이 진열된 모습. (제공=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퇴 소식을 밝혔다. 기업공개(IPO)의 대어로 촉망받던 회사의 CEO들이 암울한 전망에 연이어 자리를 내려놓자 이날 CNN은 유니콘 기업의 CEO들이 미래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생산업체 쥴랩스의 케빈 번스 CEO는 이날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청소년 흡연과 폐질환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나온 조치다.

전날 사무 공간 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공동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CEO 자리를 내려놓고 비상임 회장을 맡기로 했다. 

이날 CNN은 두 기업 모두 대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한때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주목 받은 쥴랩스는 지분 35%를 보유한 알트리아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알트리아는 말버러 제조업체로 유명한 거대 담배회사다. 이전 대표인 번스가 물러난 뒤 알트리아 임원 출신의 K C 크로스웨이트가 쥴랩스의 CEO를 맡게 됐다.

CNN은 쥴이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인정한 것이 번스의 주요 실수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0명 넘는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중증 폐질환에 걸려 이 중 8명이 사망했다고 보고 연관 관계를 조사 중이다. 당국은 대마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폐 질환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전자담배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일 쥴의 광고를 규제하고 단맛이 나는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 과일맛 등 특정한 맛을 내는 제품은 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쥴을 둘러싼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면서 거대 담배회사의 합병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서 WSJ은 쥴의 미래에 대한 의문과 규제 강화로 인해 두 대형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과 알트리아 간 합병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필립모리스는 쥴랩스 대주주인 알트리아와의 합병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졌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쥴랩스가 사업 확장은 이어가겠으나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3900명 수준의 직원 일부를 해고할 예정이라고도 함께 전했다.

위워크에 대해서는 사업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피스 빌딩과 계약을 맺고 개별 사업자에게 사무공간을 빌려주는 사업 방식이 기존의 임대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웨스트우트 캐피털의 대니얼 알퍼트는 "사무실 장비와 사무 공간을 빌려줄 임대업자들이 많지만 그들은 중개업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위워크는 기술기업이 아니라 사무실 임대업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위워크는 매출 성장세에도 순손실 16억달러를 기록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70억달러(약 56조4000억원)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기업가치가 떨어지자 위워크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가 노이만의 퇴진을 주도했다고 WSJ은 22일 보도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는 "위워크를 부검하면 S-1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S-1은 상장 시 기업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그는 투자자들이 위워크의 실적과 지배구조를 낱낱이 알게 되면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갈수록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은 유니콘 기업을 향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라앉히고, 규제 사항을 세세히 살피며 손실을 낸 기업에 대한 고평가를 경계하고 있다.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한 건 쥴랩스와 위워크뿐만이 아니다. IPO 당시만 해도 기대주였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리프트와 우버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홈 피트니스 시장을 선도한 실내 자전거 제조업체 펠로톤(Peloton)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CNN은 우려했다. 펠로톤은 26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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