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결정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조달 자금으로는 아모레퍼시픽 주식 133만3333주를 장내에서 매수할 예정이며 신형 우선주는 10년 뒤 1대 1의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자회사 지분을 확보해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오설록 출자에 따른 자금 확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유증을 통해 기명식 전환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2만8200원이며 오는 12월2일 결정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는 데에 쓰고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금 4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총 2000억원어치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IR에 따르면 상법 제368조 1항에 의거해 향후 아모레그룹이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40%까지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자금조달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증권 업계에서는 오너 3세의 승계를 위한 포석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 퍼시픽 경영권승계의 핵심계열사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두 곳이다. 공식화한 승계 구도는 없지만 현재로선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행하는 신형우선주가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앞서 민정씨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서 회장으로부터 우선주 20만1488주를 증여받았다. 이어 2017년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 2.93%를 확보했다.

이 때문에 서 회장과 민정씨는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지분승계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서 회장은 지난 2011년 보유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을 민정씨에게 증여했다.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이니스프리 지분 18.18%와 에뛰드 지분 19.52%, 에스쁘아 지분 19.52%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기간도 2020년 12월 11일까지로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라는 분석이다. 그럼 결국 목적은 승계며 10년 뒤 보통주 전환이 핵심이다.

민정 씨는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사원으로 입사했다가 MBA과정을 밟기 위해 6월말 퇴사한 후 중국의 유명 경영전문대학원(MBA) 장강상학원(CKGSB)에서 수학 후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에 재입사했다. 중국으로 떠난 지 약 2년 만이다. 이번 유상증자 계획은 29살 민정 씨의 복귀에 맞춰 후계 과정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신형우선주 발행을 활용한 오너가의 지분승계는 ‘편법’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며 "일반적으로 총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면 상장 지분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어 기존 주주들로부터도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