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제공=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SK텔레콤이 휴대전화의 단말기 출고가를 실제보다 부풀려 공시하고 차액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에 대해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2년 소송 직후 대법원 결론까지 꼬박 7년이 걸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1일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SK텔레콤에 부과된 과징금 214억4800만원은 정당하다고 봤지만 단말기 공급가와 출고가 차액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6개월마다 판매장려금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한 공개명령 및 보고명령은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패소한 셈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SK텔레콤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행했는지에 대한 여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행령을 통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을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출고가를 부풀려 고객들에게 제시했다. 타사 이동통신 이용 고객 등이 SK텔레콤으로 이동할 경우 '약정 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위장해 정상 출고가로 판매하면서 통신사 이동에 따른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처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해 소비자는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할인을 받아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했고, 그와 같은 할인이 특정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뤄졌다"며 "할인의 재원이 단말기 출고가 자체에 이미 포함됐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함에 따라 SK텔레콤에 얻게 되는 수익 중 일부였다고 오인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단말기 유통 시장의 경우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통상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가 결합돼 판매되고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입에 대한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출고가를 높게 책정한 후 장려금을 재원으로 한 보조금을 지급해 단말기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로 한 이 사건 위반행위는 소비자를 오인시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정상적인 단말기 출고가 및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경쟁촉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1심인 서울고법은 "상품 등의 거래조건 등에 관하여 실제보다 유리한 것으로 오인시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말기 공급가와 출고가 차액 공개명령 및 보고명령은 모든 단말기를 대상으로 해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고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2012년 7월 공정위는 SK텔레콤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 3사와 휴대전화 단말기 모델별 협의를 통해 출고가를 부풀려 책정한 사실을 확인하고 SK텔레콤에 214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 출고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고가를 부풀려 책정한 후 그 차액을 '약정 외 보조금' 명목으로 사용하기로 제조3사와 합의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이통사가 제조사와 출고가를 협의하는 과정은 정상적이고 적법한 행위"라며 "약정 외의 보조금 역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고객 유치 마케팅"이라며 취소 소송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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