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했다. 지난 7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침체 현황을 두고 볼 때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연달아 이어진 금리인하에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인하했다. 지난 7월 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 이후8월 한차례 동결한 뒤 이번에 추가 인하를 감행한 것이다.

한은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시장의 악재 등이 겹치면서 수출·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2%대 성장을 일궈내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한은도 당초 내놓은 전망치(2.2%)를 부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4% 하락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도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난 것은 농축산물값 하락 등 일시적 요인이 크긴 하지만 올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계속 0%를 지속해왔다.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과도 대체로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96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에 나선 점도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늘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다시 0.5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벌어졌지만 적정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앞서 한은은 미국 금리와의 역전폭을 0.7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연내 마지막 남은 11월 금통위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1월이나 2월 등 1분기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리인하시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효하한'에 대한 한은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완화 정도의 조정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음달이나 내년 초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번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셈이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지금까지 도달한 적 없던 가장 낮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반대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도 제기된다.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맞닿게 된 만큼 한은의 정책적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한 점도 한은의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고민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봉합 단계에 들어간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걷힐 경우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도 지금보다는 사그라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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