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합병이 추진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페이전쟁'을 접고 손을 잡은 것이다. 합병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은 최근 야후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와 사업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사 간 통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라인은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설립될 신규 합병 법인의 경영권과 지분율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 합작사를 야후재팬의 운영사인 Z홀딩스와 라인을 모두 흡수통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국 네이버가 지분 73%을 보유하고 있는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메신저로 월간 실사용자(MAU) 수가 8000만명에 이른다. 야후재팬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회사로 일본 최대 검색 엔진으로 이용자가 5000여만명에 이른다. 

이번 합병이 진행된다면 일본 내 검색과 메신저 분야 1위 기업이 합쳐진다면 금융과 소매 분야를 아울러 약 1억명이 이용하는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간편결제를 포함한 금융,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일본 최대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미국과 중국의 IT 공룡이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동맹이 이를 맞설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BATH)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초대형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다만 일본 내에서 거대 기업이 많은 개인정보를 독점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따라 양사간 통합에는 일본 공정거래 당국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이에 현재 라인과 Z홀딩스 측은 일본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양사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은 이 GIO와 손 회장은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어 더욱 관심이 뜨겁다. 라인이 2014년 출시한 QR 코드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는 지난해 10월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합작한 '페이페이', '라쿠텐페이' 등과 테크핀 시장 선점을 위해 사실상 현금 살포 수준의 마케팅 혈전을 벌였다.

그렇지만 두 인사는 양사의 미래 비전을 두고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는 만큼 순조롭게 뜻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GIO는 미국과 중국에 맞서 한국,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을 연결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손 회장도 지난 7월 방한해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선점하면서 이커머스, 핀테크, 광고, 콘텐츠 등 결제와 연계 가능한 영역에서의 서비스를 강화해 일본 외 지역으로의 확장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네이버는 자회사 가치를 부각하고 일본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고 글로벌 인터넷 회사로서의 도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