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로고 (사진=뉴시스)
지난 11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그리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의 인수·합병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최진봉 성공회대(신문방송학과) 교수]지난 11월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그리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의 인수·합병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번에 5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로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 그동안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합병 심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슈인 알뜰폰 인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시정조치도 부과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하면서 알뜰폰을 함께 인수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시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를 “최근 MVNO(알뜰폰)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CJ헬로의 가입자 수와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에서 CJ헬로가 독행기업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잘못된 판단이다. 

CJ헬로가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인 헬로모바일은 알뜰폰 시장 부동의 1위 사업자다. 전체 알뜰폰 시장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면서 44개 알뜰폰 사업자 중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CJ헬로는 알뜰폰 1위 사업자로서 알뜰폰 시장에서 요금 인하와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는 ‘독행기업’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독행기업(Maverick)’이란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업계의 독과점을 막아내고 소비자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그런데,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흡수될 경우, 알뜰폰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경쟁제한성은 커지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자인 헬로모바일은 그동안 알뜰폰 선도 사업자로서 대기업 이동통신사들을 견제하는 대항마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인수·합병으로 CJ헬로가 LG유플러스의 자회사가 되게 되면,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자인 헬로모바일은 본사인 LG유플러스를 위협할만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 어렵게 되고, 이는 알뜰폰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제한하게 되어,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알뜰폰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거대 이동통신 3사가 과점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을 통해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여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2년부터 도매대가를 매년 인하하고, 전파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알뜰폰 사업자로 하여금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이와 함께 1개의 이동통신사가 2개 이상의 알뜰폰 자회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이동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는 강력한 정책 또한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알뜰폰 육성 노력으로 알뜰폰 가입자는 800만 명으로 급성장했고, 이동통신 전체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이러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알뜰폰 업계의 큰 형님 역할을 해 온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편입되어 사라지게 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영은 더욱 힘들어지게 되고,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 또한 퇴보하게 되어, 정부의 알뜰폰과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아직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심사가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제한성에 대해 주로 판단하는 공정위와 달리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이용자 보호, 그리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에 공정위가 간과하여 잘못 판단한 부분을 제대로 심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과기정통부의 심사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부가 지난 10여년 가까이 추진해 온 알뜰폰을 통한 이동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동통신 요금인하 정책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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