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사진=픽사베이)
베트남 호치민시(사진=픽사베이)

[뉴시안=김기율 기자]올해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영국의 브렉시트 등 글로벌 시장 악화가 이어지면서 국내은행들은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신남방 정책 기조에 맞춰 아세안 지역의 은행을 인수합병(M&A)하거나 지점을 개설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아세안 지역 금융분야 협력 성과와 주요 특징’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은 지난해 기준 인구수 6억5000만 명, GDP 2조9000억 달러로 향후 5년간 연평균 6.6%의 성장이 예상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에 금융권은 높은 경제·금융산업 성장률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기대되는 아세안 지역을 우선 진출 대상으로 고려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에 진출한 금융회사의 점포는 2011년 말 78개에서 올해 6월 150개로 92%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내 금융회사 해외점포의 아세안 지역 자산 비중은 전체의 약 14%에 불과했지만, 수익 비중은 약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0.56%의 총자산이익률(ROA)를 기록한 반면, 베트남 2.05%, 캄보디아 2.01%, 미얀마 1.76% 등 아세안 지역에서 높은 ROA를 실현했다.

순이자마진(NIM)과 예대마진 역시 국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은 ‘신남방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KEB하나은행은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고 현지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외국계은행 지점 개설 제한으로 영업망 확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하노이와 호치민 2개 지점은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BIDV의 지분을 취득하고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얻게 되면서 하나은행은 BIDV가 보유한 베트남 전역 1000개의 지점 및 사무소, 5만8000여개의 ATM 등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사의 리스크 관리 기법과 개인금융 관리 노하우를 기업금융 위주인 BIDV에 전수해 자산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하나금융 관계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17년 현지법인 베트남우리은행을 설립하고 영업망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11호점인 비엔화지점을 개설했다. 올해 말까지 사이공과 빈푹에 지점을 개설하고, 매년 5개씩 영업점을 늘려 2021년까지 20개 이상의 영업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7월 도입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 개인신용평가 모형 기반 모바일 신용대출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법인설립 이후 2018년 970만 달러, 2019년 3분기까지 88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신남방 진출 전략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신한은행은 이미 진출한 베트남 시장 다지기에 나선 반면, 국민은행은 미얀마 등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09년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하고 일찌감치 베트남 진출에 나섰다. 올해 3분기 기준 외국계은행 중 가장 많은 36개 지점을 보유했고, 내년에도 4~5개의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과 협력해 베트남 버전 쏠(SOL)앱에 비대면 실명인증 기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점 방문을 줄이고 비대면 채널을 늘려 현지 개인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의 확대는 영업점 부족 등 외국계은행이 겪는 단점을 극복하고 영업망을 늘리는 데 이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은 경쟁사들보다 해외진출 시기가 늦은 편이다. 다만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현지 공략 속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 소액대출법인(MFI) 지점수를 18개 늘렸다.

특히 2017년 3월 미얀마에 KB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서민 주택자금 지원에 힘쓰고 있다. 향후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포함한 모기지대출, 기업금융 및 인프라금융 등으로 사업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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