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기율 기자]올해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비이자이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고 기존 주 수익원이던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지주들은 수수료, 신탁, 파생상품 판매 등 비이자이익 영역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이자이익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조7729억 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이 2조8960억 원으로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했으며, KB금융이 2조7771억 원, 하나금융이 2조404억 원,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이 각각 1조6657억 원, 1조39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영업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이자이익은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을 의미하는데, 예금과 대출 간의 금리차이인 ‘예대마진’의 영향을 받는다. 대출금리가 높고 예금금리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커지고 그만큼 이자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하면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떨어지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예대마진은 물론 채권 등 유가증권의 운용마진도 포함한다.

3분기 신한금융의 순이자마진은 1.99%로 지난해 2분기부터 연속 하락하고 있다. KB금융은 1.94%, 하나금융은 1.72%,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각각 1.66%, 1.79%를 기록하면서 모두 전분기보다 감소세를 보였다.

순이자마진이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융지주들은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부문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지난 5년간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이자이익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노력했다”며 “저성장 저금리 환경이 고착화될 수 있는 만큼 그룹의 수익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이자이익은 은행권의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비이자이익의 대표적인 예로는 송금이나 자동화기기(ATM), 신용카드, 신탁, 방카슈랑스 등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있으며 은행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로 얻어 낸 수익 등도 포함된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비이자이익은 836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6% 늘었다. KB금융은 5778억 원으로 4%, 우리금융은 2420억 원으로 3% 늘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 2147억 원 손실에서 올해 1095억 원 손실로 절반 가까이 개선했다.

다만 이러한 비이자이익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개선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15일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신탁시장 규제가 안타깝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은행들 역시 내부 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감독해야 하고, 판매 자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과 보험사가 원금손실 가능성 20~30%에 육박하는 사모펀드나 신탁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은행들의 수수료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최근 위축되기 시작한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축소될 요인이 또 하나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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