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부회장이 지난 9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부회장이 지난 9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해 권영수 LG 부회장, LG인화원 조준호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사진=LG그룹)

[뉴시안=정창규 기자] 지난해 6월 구광모 LG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단행한 첫 CEO(최고경영자)인사에서 권영수 부회장을 그룹 2인자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1년반이 지난 28일 구광모 회장이 직접 챙긴 두 번째 정기 인사가 발표됐다. 이번 정기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를 통한 '쇄신'이다.

그룹 내 '2인자'로 평가받는 권영수 LG 부회장의 위상이 자연스레 확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권영수 부회장이 핵심 조력자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 명단을 확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LG전자 가전 신화'를 일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용퇴다. 조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주요 계열사 CEO 중 가장 젊은 권봉석 LG전자 사장이다.

지난 9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경영난의 책임을 지며 용퇴를 결정한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는 조 부회장 등 남은 부회장단의 거취에 가장 관심이 쏠려왔다.

구 회장 취임 전부터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뿐이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조성진 부회장의 용퇴가 결정되며, 핵심 계열사에 대한 권영수 LG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수 LG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보좌해 계열사 전반의 현안을 조율하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영수 LG 부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그룹 전반에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LG는 전략팀·인사팀·재경팀·법무팀·CSR팀·전자팀·화학팀·통신서비스팀·경영혁신팀·자동차부품팀 등 10개팀 체제로 구성돼 있다.

'인화(人和)의 LG'로서 그동안 다소 점잖은 이미지를 구축해온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그 어느때보다 전투적으로 생존 경쟁에 나섰다.

LG전자가 지난 9월부터 '8K TV'를 놓고 경쟁사와 거센 공방을 벌인 것도 권 부회장 주도로 공격적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이런 변화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광모 체제에서 2인자가 된 권영수 부회장의 스타일 탓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LG전자의 '8K TV 공방'을 비롯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도 경쟁사와 주력 사업에서 거센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구 회장 취임 이후 이뤄진 '인사'에서부터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고 보고 있다.

7월 권영수 부회장이 LG유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기며, LG그룹의 공격력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에 있을 때부터 기존 LG 경영진으로서 보기 드문 공격형 경영자로 꼽혀 왔다.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그룹 주력 계열사 경영을 맡아왔다.

권영수 부회장은 위기에 처한 계열사의 부활 역할을 맡는 'LG그룹 리베로'로 통하기도 한다.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았을 때는 LCD 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등 회사로 성장시켰다. 2011년 당시에는 TV와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기술을 놓고 삼성과 거친 설전을 벌이며 공격적 면모를 보였다.

LG전자 시절에는 금융·경영지원담당 임원, 재경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내며 '재무통'으로 불렸다. LG유플러스 CEO로 재임하면서는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2016년 가입자 1200만명, 이듬해 13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 LG그룹 일부 계열사가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권영수 부회장 특유의 타이트한 경영 스타일이 또 한 번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경영난에 빠진 LG디스플레이는 LCD라인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다만, LCD 불황이 심화되면서 내년에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의 인적 쇄신과 사업체제 개편을 주도하며, 재무통인만큼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숫자로 경영 실적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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