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8월에 열린 2019 SK 이천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8월에 열린 2019 SK 이천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 SK그룹이 중국 최대 글로벌 투자 전문회사인 힐하우스캐피털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서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2일 SK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설립된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중국 최대 투자 전문회사인 힐하우스캐피털과 1조 원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를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차이나의 출자액은 1000억 원이며, 힐하우스가 9000억 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된 펀드는 중국 시장에서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투자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바이오, 소재,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SK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 등 신사업 발굴에 투자할 전망이다.

앞서 힐하우스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온라인 쇼핑몰 징둥, 소셜커머스업체 메이퇀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 등에 투자한 바 있다.

◆ SK, 中 최대 투자사와 1조 원 규모 펀드 조성

최근 최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AI 등 혁신기술을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그룹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SK는 그룹 차원에서, 또 각 계열사 별로 4차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기여할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진행해 온 ‘SK 글로벌 포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각 계열사 CEO들이 직접 주관하는 해외 행사는 주로 미국 현지에서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바이오 등 SK 핵심 성장동력 분야의 우수 인재를 초청해 SK의 성장전략을 공유하고 기술 및 시장 동향을 논의하며 그 과정에서 SK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대상은 미국 내 석·박사급 인재 및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인 과학자, 엔지니어, 사업개발 담당 등이다.

지난해에는 6월에만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동부의 뉴욕에서 두 차례씩이나 열렸다. SK그룹에서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340여 명의 현지 인재들이 참석했다.

당시 현지 인재들이 ‘자율주행’ 등 본인 전공 분야의 연구 성과나 비즈니스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분야…글로벌 인재 확보 총력

신사업 분야의 인적 자본 축적 및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통합 교육 인프라인 ‘SK 유니버시티’도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교육에는 부 임원, 외부 교수진, 실무 전문가, 상근 연구원 등이 참여하며, 교육 과정은 AI, DT, 사회적 가치, 글로벌, 리더십, 매니지먼트, 행복, 디자인 등 8개 분야로 구성된다.

그룹 내에서는 SK텔레콤이 AI 기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래사업 분야에 11조 원을 투입하고 AI와 IoT, 스마트홈 에너지관리 솔루션 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SK텔레콤은 카카오와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5G)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는 만큼 5G 시대 ICT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말에는 인공지능(AI)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의 가장 큰 부분은 AI센터에서 AI서비스플랫폼단을 분리, CEO 직속의 ‘AI서비스단’으로 편제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연말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약 1조1400억 원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최태원 회장, 주창한 핵심 경영 철학 ‘딥체인지’

당초 AI센터와 DT(Data Transformation) 센터 통합이 추진될 정도로 큰 폭의 개편이 검토됐으나, AI센터 내 AI서비스플랫폼단을 분리, 재정비하는 작업부터 진행됐다. 향후 AI센터와 DT센터의 결합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2019 이천포럼’에서 AI, DT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해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작년 8월 SK는 그룹 주요계열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참여,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하고 베트남 시총 2위 민영기업인 마산 그룹(Masan Group) 지분 9.5%를 약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 원)에 매입,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동남아 시장 확대의 시동을 걸었다.

이어 지난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1위 민영기업인 빈 그룹(Vingroup)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한화 약 1조1800억 원)에 매입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SK는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총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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