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북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사진=AP/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북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사진=AP/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 지난 28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챙긴 두 번째 정기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를 통한 '쇄신'이었다. 삼성, SK의 경우 CEO급은 대부분 유임에 무게가 쏠리지만 신규 임원폭 확대 등을 통한 세대 교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5일 각 계열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그룹도 이번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와 각 계열사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래 통상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12월 첫째 주에 임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삼성그룹의 경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 이후 인사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먼저 삼성전자 인사 규모는 소폭 변화와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의 관전 포인트는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부문 사장, 고동진 IM부문 사장 등 CEO 3인방의 거취가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DS), 가전(CE), 모바일(IM) 부문을 각각 이끄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은 그대로 자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지난해 승진한 김기남 부회장의 경우 반도체 사이클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을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인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된 지 2년 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이른 세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안정화 차원에서라도 인사 키워드의 큰 틀은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도 이어진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임원 감축 흐름이다. 다만 미래 동력 확보, 차세대 인재 육성을 위한 인재 발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각 계열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SK그룹도 각 기업이 최고경영자(CEO)급 인사폭은 크지 않아도 미래 리더 인재풀을 늘리면서 쇄신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의 경우도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 사장 등 CEO 3인방의 거취가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내년초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어 장동현 SK사장도 SK가 ‘투자형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공을 세웠고 SK바이오팜 상장 준비에 공을 들인 만큼 연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경우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소재 사업부문의 전망이 밝은 만큼 좀 더 믿고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LG화학과의 소송전 등은 연임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50대' 젊은 사장이라 세대 교체의 대상이 아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만큼 모두 유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외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합류할지도 관심사다.

현재 7개 위원회의 위원장은 ▲전략위원회(조대식) ▲에너지·화학 위원회(유정준) ▲ICT 위원회(박성욱) ▲글로벌성장 위원회(박정호) ▲커뮤니케이션 위원회(김준) ▲인재육성 위원회(서진우) ▲소셜 밸류 위원회(이형희) 등이 맡고 있다.

또 신규 임원 인사 외에 승진 인사폭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SK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부사장, 전무, 상무로 구분된 임원 직급 체계를 폐지했다. 이번 인사는 SK그룹이 임원 직급을 폐지한 이후 첫 정기 인사라 승진 없이 대표이사 선임과 임원 신규 선임만 발표할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각 그룹별 승진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축소될 전망"이라며 "이는 전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임원 감축 흐름은 삼성그룹, SK그룹 등 재계 인사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CEO급이 아닌 임원급 인사를 통해서는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쇄신 인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젊은 인재 발탁을 통해 차세대 사업가를 기르는 한편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혁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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