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과 함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의원실 제공)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과 함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의원실 제공)

[뉴시안=조현선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망 이용 가이드라인 잠정안에 대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4개 조항의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에 방통위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제정한 뒤 1개월 후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는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에 수백억 원의 인터넷 망 이용료를 지불했지만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은 이용료 없이 무임승차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망 이용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왔다. 인터넷망 이용 계약에 관한 원칙과 절차 등을 제공해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해 인터넷 생태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국내와 해외 사업자 간 망 이용료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잠정안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망 이용 계약과 비교시 계약 당사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차이가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문구가 모호하고 권고 사안에 그치면서 구속력이 없는 탓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은 정부, 정치권, 여론 등의 압박에도 해외에 본사가 있다는 점과, 높은 인기를 이용해 망 이용료를 일부만 내거나 거의 안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협조에 응할 것이냐는 의견도 나온다.

주요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ISP는 가이드라인에서 CP에 대한 품질 수준 유지 의무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P들은 이용자가 아닌 통신사에 유리한 가이드라인이라며 제정 자체를 반대했다. 실제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공청회 후원기관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먼저 ISP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보강을 요청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이용자와 국내 CP의 통신 요금을 기반으로 구축된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를 글로벌CP들은 국내 통신망에 대한 이용료를 회피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대형 글로벌 CP의 협상력 우위와 지배력 편중으로 인한 시장의 자율적 문제 해결이 어려운 만큼 망 이용 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은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실장은 "가이드라인 조항에 대해 좀 더 구체화,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가이드라인 목적에 '정당한 망 이용대가 산정 및 지불'의 구문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CP가 인터넷 전용 회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CP가 유발하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통신품질 저하 및 장애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CP서비스에 한해 일시적으로 전송 속도를 일정 속도 이하로 제한하거나, 트래픽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국내 CP 측은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국내 CP들은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심화할 것으로 보고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은 이용자 보호가 아닌 통신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은 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하고,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정책실장은 "현재 문제는 국내외, 대·중소 사업자 간 차별이 아니라 통신사의 투명하지 못한 정보 공개로 인한 시장 왜곡과 통신망 투자 비용을 CP에게 전가하기 위해 도입한 상호정산 방식의 인터넷 상호접속제도에 있다"며, "이를 인정하고 무리하게 도입한 상호정산 방식의 제도를 조속히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과기부는 통신사 간 발생하는 트래픽의 비율을 일정 비율까지는 무정산 방식으로 상호접속료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호접속료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간에 발생하는 비용을 사업자 간에 정산하는 제도다. 

김남철 과기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연내 통신사 간 망 트래픽이 1대 1.3, 또는 1대 1.5 등 일정 비율 한도 내에서 무정산하도록 개편된 상호접속료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며, "정확한 비율은 추후에 구체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위에서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이 망 접속 경로를 변경한 사례와 같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망 이용 계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중소·스타트업 CP에는 허들(장애)이 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또 ISP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의 '망 중립성'에 대해서는 "망 이용의 중립성은 침해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구속력 있는 제재가 아닌 가이드라인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시장에서 온전에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망 이용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발표했다. 또 "가이드라인은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을 가중시킬 것이며 CP와 통신사 사이의 갈등 관계를 고착화해 인터넷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방통위는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을 존중하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망 이용 계약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반상권 방통위 과장은 가이드라인 실효성 비판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향후 망 이용 계약 분쟁 중재 시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하거나 관련 법령 해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 피해 발생, 불공정 행위를 통한 시장 왜곡 등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특히 이용자인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통신사, 콘텐츠 사업자 모두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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