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 당시 차량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삼성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데다 삼성 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엮인 재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은 12월초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4대 그룹 중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6년 연말 임원인사를 아예 건너뛴 전적이 있다. 당시 국정농단 재판 여파로 이듬해 상반기로 임원, 사장단의 인사를 연기했다. 이전까지 전 계열사에 걸쳐 동시에 이뤄지던 인사도 계열사별로 나눠 발표됐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가장 큰 변수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초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이달 중 증인신문이 끝난 뒤 내년 1월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재판부가 추가 증인 신문을 이유로 1월 17일 4차 공판을 예고했다. 추가 공판이 진행된다면 판결까지는 내년 2~3월 이후까지 미뤄져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의 현직 임원들이 연루된 재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관련 재판에서는 삼성 부사장급 인사 3명이 각각 1년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 결과가 예상보다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점도 인사 연기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집행유예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재판부는 핵심 인사 3명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됐다. 내년 1월에는 분식 회계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보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전자 서비스의 노동조합 설립 방해 의혹 사건 1심 공판이 각각 13일과 17일에 예정돼 있다. 두 사건에 삼성 현직 임원 중 15명이 두 사건에 연루돼 있어 이들의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인사를 단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재판에는 삼성전자 인사팀장 등 현직 인사팀 임원 2명이 포함됐다. 

삼성 내 자체 일정도 인사 연기 요인으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삼성전자는 임원진의 주요 재판이 끝나는 17일 이후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2019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 따라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법인장을 비롯 주요 임원들이 내년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중 인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과감한 혁신과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 여러 과제를 던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3차 공판에선 “또 다른 정치권력에 향후 똑같은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 차원의 답을 다음 기일까지 제시해달라”며 정경유착 방지 방안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인사 및 조직 개편에 이 같은 재판부의 요청을 반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안팎에서는 인사가 미뤄지는 만큼 조직 개편 등의 대규모 인사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인사가 미뤄지는 만큼 인사 폭도 자연스레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커진 인사 폭에 발표 시점 또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대규모 인사설의 배경으로는 지난해 진행된 소규모 인사가 꼽힌다. 삼성은 2018년 12월 진행한 인사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 모두 유임하는 쪽을 택하는 등 주요 임원진에는 변동이 없었다. 승진 인사도 최소 규모로 진행했다. 

늘 ‘변화’를 앞세워 조직 내 긴장감을 고집해 온 삼성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사 이동 및 최고경영자 교체도 생각해 볼 만한 카드라는 것이다. 앞서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 여론 등을 의식한 듯 다음해 5월 진행된 인사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대규모 조직 개편이 동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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