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 베트남에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지금 베트남에는 ‘박항서 신드롬’을 넘어서 ‘박항서 신화’가 쓰여 지고 있다.

지난 10일,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경기(SEA 게임)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대0으로 셧아웃 시키고 우승을 차지하자 베트남의 응우엔 쑤언 푹 총리가 박 감독을 총리실로 초청해 “이번 동남아시아 경기 우승으로 베트남은 경제, 사회, 문화 발전에 커다란 영감을 줘서 강국으로가 게 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흔히 다른 나라에서 좋은 일을 하면 ‘그 나라 대사 100명 보다 낫다’고 말하는데, 지금 박항서 감독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박노환 베트남 대사 몫의 10배 아니 100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 팀 감독에 취임 한 이후 2년 여 만에 단군 이래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해 낸 그 어떤 업적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일을 해내고 있다.

◆ 패배감 극복과 파파 리더십

박항서 감독이 이 같이 믿기지 못할 일을 해 내는 것은 패배감에 젖어 있었던 베트남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파파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체력적인 약점을 개개인에 맞는 피지 컬 훈련으로 보강한 것도 도움이 됐다.

박 감독은 취임 3개월 만인 2018년 1월 중국에서 벌어진 23세 이하 AFC 챔피언십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9년 1월 카타르 AFC 챔피언십 8강, 10년 만에 스즈키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에 60년 만에 동남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박 감독은 매 대회마다 ‘베트남 축구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탈 동남아시아’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축구를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2020 도쿄 올림픽)에 올려놓고, 또 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 올라, 본선까지 노려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 베트남 23세 이하, 국가대표 동시에 맡아

박 감독은 베트남의 23세 이하 대표 팀과 국가대표 팀을 맡고 있는데, 23세 이하 대표 팀을 이끌고 지난 13일 김해공항에 도착해 오는 22일 까지 통영에서 훈련을 한다. 이번 통영 훈련은 ‘훈련 반 휴식 반’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평균 기온 23도를 오르내리는 베트남을 벗어나 영하권을 오르내리는 한국(통영)을 찾는 것은 훈련도 훈련이지만 휴식도 겸하고 있다.

베트남은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D조에 속했다. 베트남은 내년 1월 10일 UAE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게 된다.

만약 조별리그 C조에 속한 한국이 조 1위를 하고 베트남이 조 2위를 하거나, 서로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두 팀은 8강에서 만난다.

베트남 U-23 대표 팀은 지난해 1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2019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AFC U-23 챔피언십은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베트남 축구로서는 ‘동아시아 권 대회 우승’ 보다 올림픽 본선이 더 어려운 도전이다. 베트남 선수들 보다 피지 컬 면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서, 동 아시아 팀들을 이겨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밤 광주 광산구 호남대 통합뉴스센터에서 동남아시아(SEA) 게임 축구결승전 응원전을 나선 베트남 유학생들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자국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내자 크게 환호하고 있다. (사진=호남대학교)
지난 10일 밤 광주 광산구 호남대 통합뉴스센터에서 동남아시아(SEA) 게임 축구결승전 응원전을 나선 베트남 유학생들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자국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내자 크게 환호하고 있다. (사진=호남대학교)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도전은 베트남 축구로서는 올림픽 보다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박항서 호는 오는 3월에 말레이시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G조) 예선(6차전)을 벌인다.

G조에는 베트남을 비롯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5개 팀이 속해 있다.

박항서 호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G조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예선에서 한국, 일본,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강팀들과 만나야 한다.

◆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감독들

박항서 감독 이전에도 한국 스포츠 감독들이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9월26일 83세를 일기로 사망한 박만복 배구 감독은 페루 배구의 영웅이다.

박만복 감독은 지난 1974년 배구 불모지였던 페루에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 1988년 서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 4번의 올림픽에 출전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해 페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에서도 패루 여자 배구대표 팀을 이끌고 1982년 은메달, 1986년 동메달을 획득했고, 남미 선수권대회에서는 1977년부터 1993년도까지 모두 7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페루 여자배구를 남미의 최강팀으로 올려놓았었다.

복식 전문 선수였던 배드민턴의 박주봉 감독은 일본 배드민턴의 영웅이다.

박 감독은 일본 배드민턴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참패를 당한 직후 일본 대표팀을 맡았다. 당시 일본은 국가대표 보다는 실업팀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박 감독이 시스템을 바꿔 놓았다.

그 결과 일본 배드민턴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금메달 1개(여자복식), 동메달 1개(여자단식)를 땄다. 그 전까지는 2012 런던 올림픽 여자복식 은메달 1개 뿐 이었다. 항상 일본 보다 우위에 있었던 한국은 동메달(정경은 신승찬의 여자복식) 1개에 그쳤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등 최소한 금메달 2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중국, 충칭의 별 이장수 감독 이후 ‘한국 감독들의 무덤’ 돼

프로축구의 이장수 감독은 지난 1988년부터 1996년까치 중국 프로축구 충칭 리판 팀을 FA컵에서 두 번이나 정상으로 이끌어 당시만 해도 ‘충칭의 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중국 프로축구는 이장수 감독을 포함해서 ‘한국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태하, 장외룡, 최용수, 황명보, 황선홍 등 나름 명장들이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최강희 감독이 상하이 선화 팀을 FA컵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슈퍼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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