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이른바 ‘그린화(노조탈퇴) 전략’ 기획·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각각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이른바 ‘그린화(노조탈퇴) 전략’ 기획·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각각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창규 기자]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임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6년 만에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탄압 범죄’라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64)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55)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노조와해 전략 수립 실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는 징역 1년 6월,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는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또 뇌물을 받고 이들을 도운 전직 경찰 김모(61)씨와 노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노무사 박모씨 등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32명의 피고인(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법인 포함) 가운데 실형을 받은 7명의 피고인에 대해 모두 법정구속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실상 협력 업체를 자신의 하부 조직처럼 운영했고, 소속 이사들은 근로자 파견 범죄에 해당할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했다”며 “이 의장과 강 부사장까지 모두 노조와해의 실행과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 관련 수많은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노조 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 동향 보고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으로 시행한 방안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의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노조탈퇴)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씨(당시 34세·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여 원을 건네고, 경찰을 동원해 염씨 시신을 탈취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등을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의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8명을 포함해 총 3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한편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3년 10월이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는 내부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조기 와해를 유도하겠다는 등 내용을 삼성그룹 차원에서 논의한 내용이 담겼있었다. 처음 문건이 폭로된 직후 수사한 검찰은 이 의혹에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3년 만에 벌인 재수사에서는 결론이 뒤집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우연한 기회에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