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뉴시안=김기율 기자]10만 금융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노)의 위원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교롭게도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출신 후보들이 2파전을 벌이면서 ‘리딩뱅크’를 다투는 두 은행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신한은행 출신 유주선 후보가 ‘통합’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산별노조 건설을 강조하는 데 비해, 국민은행 출신 박홍배 후보는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번 선거결과가 향후 금노의 활동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노는 오는 19일부터 차기 위원장 선거에 돌입한다. 19일과 26일 1·2차 투표를 진행한 후 30일 개표해 차기 위원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호 1번 유주선 후보는 금노 사무총장으로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을 두 차례 지냈다. 지난 10년간 정책부위원장, 금융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금노 경력을 통한 우세가 점쳐졌으나, 박홍배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다소 그 기세가 꺾였다는 평이다.

유 후보는 ‘전쟁터를 삶터로, 경쟁 대신 공생을. 함께살자! 금융노동자’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주요 공약으로는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폐지, 은행 영업시간 단축, 복지 및 임금차별 해소, 금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 별도 직군 폐지 및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등이다.

유 후보는 특히 조직 통합과 산별체제를 강화를 통해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산별조직 구축, 노동계·시민사회와의 연대활동 강화 등을 내세웠다.

유 후보는 “산별노조의 통합과 금융노조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통합과 혁신은 금융노조 집행부에 요구되는 지상명령으로 지난 10년간 이 명령을 수행하고 추진해 갈 끈기와 투지를 몸으로 익혔다”고 밝혔다.

반면 기호 2번 박홍배 후보는 ‘내 삶을 바꾸는 힘. 젊은 도전 강한 금노’를 슬로건으로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017년 처음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에 당선된 박 후보는 올해초 19년 만에 총파업을 성사시키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박 후보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화, 단기업적주의 중심의 KPI제도 개선, 저임금직군 승진 확대 및 경력 인정, 국책금융기관 경영자율성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는 “지금 절실한 것은 금융노조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할 과감한 젊은 도전”이라며 “투쟁의 역사는 이제 새로운 리더십과 노동운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두 후보가 다른 색깔을 내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지부 조합원들의 입장이 변수로 떠올랐다. 김진홍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은행 출신의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금노에도 새로운 사고를 가진 금융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면서 “신한은 지난 6년간 유주선 후보의 실정을 똑똑히 보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리더라면 출신으로 구걸, 읍소할 것이 아니라 위원장으로서 보여줬던 실력과 진심으로 평가받는 것이 이 시대의 상식”이라며 “기호 2번 박홍배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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