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사진=뉴시스)

[뉴시안=김기율 기자]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신탁 판매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은행권을 강타한 ‘불완전판매’ 이슈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19일 금융감독원 제재공시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특정금전신탁 홍보와 파생상품 판매 과정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25억 원의 과태료와 함께 기관경고 징계를 받았다. 신한은행도 같은 사유로 30억 원의 과태료와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감원 조사 결과 국민은행 4개 영업점은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59명의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홍보했다. 자본시장법은 불특정다수 투자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해 특정금전신탁의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민은행 7개 영업점에서 자격이 없는 직원들이 파생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 투자를 권유한 사실도 적발됐다. 신규 계좌개설 시스템에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격을 보유한 직원의 사번을 입력해야 했기에, 이들은 남의 사번을 이용해 투자를 권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6년 6월부터 2년 동안 국민은행의 503개 영업점에서 미자격 직원 723명이 2871명의 고객에게 2057건(1652억 원)의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신탁 투자를 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2월 한 지점에서는 투자성향이 ‘위험중립형’인 투자자에게 ‘다소 높은 위험’으로 분류된 ELS 신탁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입 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했다.

국민은행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아 1년간 감독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신한은행은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만1190명의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탁 상품을 홍보했다. 또 5개 영업점에서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투자권유 미자격 직원이 154명의 고객에게 ELS 신탁 투자를 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F 사태 이후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신탁 불완전 판매 제재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의 양매도 ETN(상장지수채권) 불완전판매에 대해 ‘기관경고’를 의결한 바 있다. 

은행권의 불완전판매가 연달아 적발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강화 조치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DLF 종합방안’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념을 도입하고 은행권의 판매를 제한했지만, 이후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요구를 수용해 일부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대신 신탁 판매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현장점검을 강화한다. 특히 신탁 등 고위험 금융상품 관련 판매 영업보고서를 매월 보고하도록 했으며, 미스터리 쇼핑(암행 감찰)을 통해 불완전 판매를 적극적으로 적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금융회사 경영진 책임 명확화 및 내부통제 강화,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강화 등의 조치도 내놨다. 위법행위에 따른 이익이 제재로 인한 불이익보다 커서 규제의 억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LF 사태와 키코 관련 분쟁조정위원회를 여는 등 불완전판매 관행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피해 발생에 대한 금융회사 및 경영진 제재 등이 핵심”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