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19년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19년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기율 기자]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 이상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대출 자격와 심사 역시 한층 더 엄격해진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기업으로 돌리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P2P(개인 간 거래) 금융이 주택 대출의 우회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P2P 금융업계는 초고가 주택의 대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례 없는 강력한 대책…“기업에 자금 흘러야”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로 제한된다. 종전에는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40%의 LTV가 적용됐다.

쉽게 말해 15억 원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기존에는 40%인 6억 원을 주택담보대출로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9억 원에 대해서 40%, 나머지 4억 원에 대해서는 20%를 적용받아 4억8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다만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주탁담보대출 취급 시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시점은 대출신청일로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규제도 강화된다. DSR은 차주의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연간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은행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에는 차주별로 40%의 DSR 한도를 적용해야 한다. 기존에는 전체 가계대출 평균 DSR을 은행별로 관리해왔다. 개별 차주의 DSR이 40%를 넘어도 해당 은행의 평균 DSR이 40%를 넘지 않으면 대출이 가능했다.

이 규제는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과 생활안정자금목적 주택담보대출 모두에 적용된다.

또 주택임대업이나 매매업 이외 업종 사업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의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주택임대업 개인사업자대출의 이자상환비율(RTI)은 기존 ‘1.25배 이상’에서 ‘1.5배 이상’으로 강화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배경으로 가계대출에 지나치게 쏠린 금융권 자금이 꼽힌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은 비생산적이며 이를 기업에 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 예대율도 같은 맥락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자금흐름이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 있는 중소·벤처기업들로 보다 많이 흘러가야 한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신예대율을 통해 가계보다 기업대출 취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익을 찾다 보니 부동산이나 DLF 쪽으로 자금이 흘러간다”면서 “동산금융 같은 인프라를 깔아 그쪽으로 돈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2P 금융업계 “정부 정책 동참…심사 강화할 것”

P2P 대출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대출규제를 피할 우회경로로 지적돼 왔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아직까지 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P2P 대출에 주택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시행령 등이 있어 P2P가 우회경로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회경로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도 ‘주택매매 목적의 대출 취급 금지에 관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하고 정부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P2P 금융업계는 정부 대책에 맞춰 시가 15억 이상 초고가 주택은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시가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선 자금의 사용용도가 불분명해 주택매매자금으로 활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법인 대출, 임대사업자 등 개인이 아닌 경우 대출 심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규제 차익을 노린 대출 광고와 홍보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두 협회 회원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규모는 2920억 원, 평균대출금액은 약 5000만 원 수준의 소액 담보 대출이다. 생활자금, 긴급자금, 고금리 대출 대환, 의료비 충당, 자영업자 긴급사업자금 등 서민형 대출이 대부분이다.

협회 관계자는 “23일 발표와 동시에 자율규제안을 시행하고,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노력을 통해 P2P 금융업계에서 주택매매 목적의 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P2P금융이 새로운 제도권 금융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회원사 모두가 업계의 표준을 만들어 간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두 협회는 금융당국에 정기적으로 회원사 운영 정보를 제공하고, 자율규제안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는 협회 차원에서 제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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