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김기율 기자]올해 은행업계는 한 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치고 소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 간 벽은 허물어졌고,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에 성공하면서 ‘메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추락했다. 특히 본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드러나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업계는 올해 DLF 사태와 오픈뱅킹으로 체질개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핀테크 기업과의 무한경쟁은 물론,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지주사 관계자들이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①우리금융, 4년여만에 지주사 전환…소규모 M&A로 덩치 불려

우선 지난 1월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하면서 ‘5대 금융지주’ 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지난 2001년 국내 첫 금융지주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계속되는 민영화 실패로 지주사 해체를 결정했고, 2014년 은행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2016년 11월 민영화에 성공해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 관련 당국 승인을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출범식 기자간담회서 “비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제고해 우리금융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며 “출범 첫 1년간은 자본비율 때문에 규모가 작은 곳부터 M&A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소규모 M&A를 통해 비은행부문을 빠르게 강화해나갔다. 지난 4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또 우리은행의 자회사였던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에 대한 편입을 마무리하고 오버행 이슈도 해소했다.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카드업계 지각변동도 예고했다. 내년에는 저축은행과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도 수립했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6657억 원으로 은행 체제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12.5% 감소했다. 다만 건물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 일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이익만 보는 경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라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전시부스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② 오픈뱅킹 시대 본격 개막…금융사 경쟁 치열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의 잔액을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신개념 금융서비스 ‘오픈뱅킹’이 이달 18일 정식 시행됐다. 올해 10월 시범운영 당시엔 은행 10개사만 참여한 것과 달리, 이번 정식 시행엔 은행 16곳과 핀테크기업 31개사가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0월 오픈뱅킹 시범운영 이후 49일 만에 315만 명이 가입해 773만 계좌를 등록했다. 소비자의 폭발적인 반응만큼, 금융회사들의 고객유치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토스와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쟁쟁한 핀테크 업체들이 편의성을 내세우면서, 은행들은 오픈뱅킹 전용 상품과 우대금리,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고객 단속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개인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신한은행은 로그인 없이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 이체할 수 있는 기능 등 편의사항을 대거 적용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예·적금을 출시하고 금리우대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개인의 금융자산을 진단하고 소비패턴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 위주인 참가 금융회사를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ATM 기기, 점포 등 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한 오픈뱅킹 서비스도 검토 대상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세미나실에서 '토스뱅크 사업계획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③새로운 메기 ‘토스뱅크’의 출범…금융권에 ‘새 바람’ 기대

금융당국이 ‘혁신’을 위해 출범시킨 인터넷전문은행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낙점됐다.

토스뱅크는 중신용자와 소상공인(SOHO)를 대상으로 한 혁신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포괄적 금융데이터, 혁신상품 출시경험, 압도적인 사용자경험, 혁신적 조직구조 등을 무기로 기존 은행이 하지 못한 혁신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지난 2017년 사업을 시작한 제1,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뱅킹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는 기존 시중은행들이 자사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선하게 하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제정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의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권 혁신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1월 카카오가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며 지배구조를 개선을 마무리했다. 이후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자본금을 1조8000억 원으로 늘리면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케이뱅크 역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대주주 및 증자 문제가 해결돼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토스뱅크는 금융위로부터 본인가(신청 후 1개월 이내 심사 원칙)를 받으면 영업 개시(본인가 후 6개월 이내)가 가능하다. 본인가가 마무리되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④ 대규모 손실 유발한 DLF 사태…믿었던 은행에 발등 찍혔다

올 한해 은행권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판매 과정에서 본점 차원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올해 대규모 손실이 난 DLF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과 하나은행의 영·미 CMS금리 연계상품이다.

지난 9월 19일 첫 만기를 맞은 우리은행 DLF 상품의 원금 손실률은 60.1%였다. 같은 달 22일 첫 만기를 맞은 하나은행 DLF 상품은 46%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 달 26일 만기가 도래한 우리은행의 DLF 상품은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하면서 그 충격을 더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투자자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분조위는 분쟁조정 대상 270건 중 대표사례 6건을 선정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각각 3건씩으로, 우리은행에 최대 80%, 하나은행에 최대 65% 배상 결정이 나왔다.

분조위 조사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DLF 상품출시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상품선정위원회 참석위원을 상품 담당자와 친분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의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표 작성을 거부한 경우에 찬성으로 임의기재하기까지 했다.

DLF 사태 발생 이후 프라이빗뱅커(PB)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성된 하나은행의 법률상담용 자료에는 “금감원 조사역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1차적으로 ‘그런 적 없다’, ‘기억 없다’는 취지의 부인 답변이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하나은행은 26일 분조위가 결정한 피해사례 3건 중 고객이 조정 결정에 동의한 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상 절차를 개시했다. 또 현재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과 해지돼 손실이 확정된 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속히 파악하고 분조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배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손태승 행장이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하고 고객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배상에 임해줄 것을 주문하는 등 임원들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분조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배상비율 산정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최종 수용 여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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