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뉴시안=김기율 기자]김도진 IBK 기업은행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후임 행장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내정설로 인해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발이 거세지면서 청와대가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당분간 임상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5층 대강당에서 김 행장의 이임식을 진행했다.

이날 이임식에서 김 행장은 “격변의 시기에는 현장의 살아있는 정보만이 올바른 판단과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외 모든 영업점을 돌아본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일본과의 무역 분쟁 초기에도 책상보다 현장에서 피해를 파악했다”며 “기업은행 저력 밑바탕에는 691개 현장의 힘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행장은 임기 중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나갔다. 지난 2017년 신년회를 생략하고 인천원당지점 방문을 시작으로 3년에 걸쳐 국내외 691개 모든 점포를 순회했다.

김 행장은 마지막으로 “기업은행 조직은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신뢰를 얻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추풍추상이라는 말처럼 우리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김 행장이 퇴임한 이날까지도 금융위원회는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행장을 임명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적어도 이날 이임식 전 후보자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위의 굳게 닫힌 입은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이날까지 후임 행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기업은행은 28일부터 임상현 수석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행장 후임으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윤정원 전 경제수석,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반 전 수석이 차기 행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기업은행 노조 등은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장은 관료들의 재취업 자리가 아니다”라며 “관료출신 후보군 모두 금융과 은행 전문성, 경영 능력, 인성과 리더십 면에서 모두 함량 미달인 부적격 인사”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수석은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옛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을 거친 정통 예산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균형발전기획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 경력으로는 행정고시 합격 전 옛 외환은행에서 일한 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선임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낙하산 인사 반대를 천명했다. 그는 첫 성명서를 통해 “차기 기업은행장에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임명이 유력해졌다”며 “새 집행부는 첫 사명으로 기업은행지부와 함께 낙하산 행장 임명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조준희·권선주·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으로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아왔다. 이 기간 기업은행 총자산은 2010년 163조4000억 원에서 2018년 260조8900억 원으로 10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에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등 내부 출신 인물들도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