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창규 기자]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9년 기해년(己亥年)도 저물고 곧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된다.
올해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견뎠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 수출규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외풍(外風)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 불황과 이에 따른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최저임금, 물가상승 등 모든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우리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도 돋보였다. 이동통신업계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의 전세계 최초 출시를 놓고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수출규제 도발에 나선 일본을 사실상 ‘완패’ 시키는 쾌거도 이뤘다.
항공업계는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고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항공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별세이후 한진가의 경영권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진그룹의 운영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남매 간의 갈등이 일가족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장례 첫날인 지난 10일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전직 대우그룹 관계자를 비롯해 정·재계, 교육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고, 이어 지난 14일 별세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70세에 스스로 그룹 수장 자리를 내려놓는 혁신의 자세로 재계의 큰 어르신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끼리 다툼도 이어졌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쟁이 특허 전쟁으로 번졌다.
독해진 LG의 특허전쟁은 해외에서도 계속됐다. 최근 LG전자는 중국 메이저 TV업체인 하이센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가 중국 TV기업과 특허전쟁을 공식화한 건 12년 만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LG를 맹추격중인 중국업체들을 견제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노 저팬(No Japan)’ 바람은 자동차 시장에도 이어졌다. 수입차 시장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한일 갈등이 맞물리면서 판매 대수가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토요타, 혼다 등 대표되는 일본차 입지가 줄어들었고, 디젤 게이트로 인해 한풀 꺽였던 독일차의 판매량이 벤츠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국내 완성차의 경우 가장 큰 이변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강성’ 기조를 버리고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냈다. 반면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노사는 연말까지 갈등을 지속해 아쉬움을 보였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수요감소와 공급과잉 탓에 올해 내내 부진했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반도체는 지난해 '글로벌 슈퍼호황'을 누린 지 1년 만에 연중 불황의 늪에 빠졌지만 조선업계는 수년간 이어진 불황과 구조조정 끝에 대형 3사 위주로 수주실적이 바닥을 다지며 재도약을 위한 숨고르기로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과 미국 시장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기초 경쟁력을 키우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