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건조기 광고.(사진=LG전자)
LG전자 건조기 광고.(사진=LG전자)

[뉴시안=박재형 편집국장 대행]국내 한 경영연구소가 미·중 무역 분쟁으로 한국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경제에 영향을 상당히 주는 미·중 무역분쟁은 당장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단계 협상 타결에 이어진 2단계 협상은 11월 미 대선 이전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보다 협상 장기화를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국내 기업들은 국내 내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 10대 그룹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이 한 결 같이 강조한 부분은 고객과 성장이다. 전년도에 기업들이 강조한 ‘글로벌’은 어느새 뒤로 밀려 나가는 분위기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2020년 신년사 키워드 빈도수를 조사한 결과 ‘고객’이 56회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성장(42회), 미래(28회), 혁신(23회), 역량·가치·지속(각 21회), 변화·글로벌·새로움(각 20회) 등이 키워드 톱10에 올랐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큰 자연재해가 일어날 무렵 동물이나 곤충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듯 시장에 민감한 기업들은 고객의 중요성을 다시 새기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의 한계 시점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얻기 위해서는 역시 국내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고객을 중시한다는 기업들이 과연 고객 중시를 실천했는지는 의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고객 가치’ 는 기본정신을 강조하며 지난해 30차례, 올해 24차례에 걸쳐 언급했지만 LG전자는 건조기 불량 관련 소비자 불만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악취, 먼지 낌 현상 등으로 논란이 된 히트펌프식 의류건조기를 전량 무상 리콜한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소비자원의 10만 원 위자료 지급 결정을 거부했다. 결국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도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관련된 SK, 애경, 옥시 등 대기업들은 강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이는 연초부터 고객을 외쳐대는 대기업들이 과연 고객들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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