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12월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사진=통일부 제공)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12월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사진=통일부 제공)

[뉴시안(프랑스/파리)=옥승철 유럽연합통신원] 얼마 전 우리나라에 목선을 타고 온 북한선원 2명을 사흘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낸 일이 있었다. 정부에 의하면 그 2명의 북한 선원은 북한에서 동료 어민 16명을 살해하고 남한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르고 남한으로 도망친 것이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의 범죄자 송환 요청에 따라 범죄 후 도피 과정으로 판단하여 정부는 급히 추방을 결정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있었다. 일단 그 과정부터가 불투명했다. 그들이 범죄자인지 아닌지 정식 사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들의 조사와 송환 판단은 국방부, 국정원, 통일부 등 행정부 위주의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맡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비공개로 이루어진 송환 판단은 정부의 북한과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송환 판단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탈북자가 정말로 범죄인이라면 그들의 범죄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유럽연합 국가들 간에는 ‘유럽체포영장(European Arrest Warrant)’이라는 제도가 있다. 유럽체포영장은 유럽연합 국가들 간에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으로서 타국으로 도망친 범죄자에 대해 본국은 송환 요청을 할 수 있고 송환 요청을 받은 국가는 조약에서 맺어진 사법 시스템을 통해 죄가 확실히 소명되면 60일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제도이다.

유럽체포영장 제도는 국가 간의 범죄인을 빠르게 돌려보내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체포영장 제도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법기관이 범죄자인도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판단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는 행정부의 정치적 영향이 미치기가 어렵다. 사법기관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해 행정부를 배제하고 행정부나 입법부의 정치적 압력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또 송환 재판 시 송환을 요청받은 나라의 사법당국은 송환을 요청한 나라에서 보내온 객관적인 증거들이 불충분 할 경우 범죄를 소명하기 위한 객관적인 충분한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범죄인 송환을 거부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 즉, 범죄인 송환을 요청한 국가는 피의자의 범죄소명을 위해 확실하고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유럽체포영장’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EU Directives를 제정했다. EU Directive는 법적 지침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2차 입법이다. 유럽은 이 EU directive를 통해 유럽체포영장 제도를 보완한다. 유럽체포영장은 큰 틀에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프로세스에만 집중되어있기에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포함 돼 있지 않다.

EU directive에는 피의자에 대한 인권과 권리 등이 명시돼 있는데 피의자 신분 중에 피의자가 직접 지정한 제 3자나 가족이나 친척 등과 소통할 권리를 갖는다. 이로서 피의자는 밀실에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또 피의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갖고 그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모든 비용을 해당 국가에서 지불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의 체포영장 제도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먼저 구축되어 진 다음에 진행될 수 있다. 남북한은 아직 냉전기에 있기 때문에 또한 핵을 포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가 지금은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만약 남북한 관계가 급진전하여 평화적 협력 관계로 들어간다면 이러한 논의는 충분히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체포영장 제도의 시사점은 남북한체포영장 제도를 만들어 범죄인 인도조약에 대한 남한 내부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또한 초반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범죄인인도를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치인들이 자의적으로 진행했으나 삼권분립에 기초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비전에 따라 이러한 범죄인인도를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난 투명한 사법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정부는 유럽체포영장 제도를 바탕으로 탈북자에 대한 북한의 송환 요청이 있을 시 해당 탈북자가 범죄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이는 사법당국이 담당해야 함은 분명하다.

사법 당국은 정치적 시류와 권력의 지시에 따르지 말고 독자적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 탈북자에 대한 송환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해야 한다. 탈북자에게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주고 상황에 따라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또 범죄를 의심받는 탈북자에게도 의견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사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인해 탈북자의 범죄 소명이 확인된다면 남북한체포영장 제도에 근거해 북으로 송환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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