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신임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노조)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은행내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윤 행장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한 지 8일째인 10일,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이어지자 윤 행장은 임시 집무실로 발검을을 돌렸다. 현재 윤 행장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현안을 보고 받으며 '원격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윤 행장의 출근저지 투쟁에 금융노조와 한국노총 외에도 민주노총까지 가세해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일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한국은행 노동조합, 10일에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처럼 노조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기 인사 지연 등 기업은행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윤 행장이 외부에서 보고 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정식으로 업무를 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며 "경영공백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이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 전반적인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핵심 업무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꼽힌다. 

전임 김도진 행장은 취임 당시부터 '동반자 금융'을 강조하며 중소기업 지원 확대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임기중 국내 은행 최초로 중소기업대출 160조원 돌파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61조2000억원, 중기대출 시장점유율 22.6%로 중소기업금융 시장의 리딩뱅크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만 올해에도 1위 자리가 지켜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는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따라 시중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기 인사도 자연히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 임직원 인사를 단행해 왔다. 하지만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일정은 다소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는 이미 완료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한 준비는 모두 끝냈으나 노조의 투쟁이 해소되지 않아 인사를 단행하기는 아무래도 힘들다"며 "임직원 인사가 지연될 가능성에 임직원들도 여신 결정 등 중요한 신규 업무를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행장은 노조와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임시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며 "행장 선임과정의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 인사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할 방안에 대해서는 "노조와 대화를 하고 싶다"며 "행장 선임과정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 인사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경영계획 키워드로 '바른 경영'을 제시하면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윤 행장의 바른 경영이란 기업이 사회 약자들을 포용하는 책임 경영에 나서는 것 외에도 직원들과의 소통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편에 서겠다는 입장도 확고히 했다. 그는 "정부 정책 시행을 위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참여하는 것이 맞지만, 만약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할 것으로 보이면 은행장으로서 '못한다'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금융노조는 윤 행장의 임명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맺은 정책협약을 파기한 것이라며 윤 행장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금융노조와의 정책협약도 어기고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와 집권 여당, 이를 방기하는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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