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0에 마련된 현대자동차의 부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올 한해 가장 빠르게 혁신 기술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쇼 'CES 2020'이 막을 내렸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는 전 세계 161개국의 4500여 개사가 참가했으며 총 18만 명이 행사장에 다녀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이동성)이 꼽힌다.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AI기술력과 구체화된 사용성을 강조한 일상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항공사가 AI 로봇을 들고 나오고, 완성차 제조사 외에도 가전·IT 업체들이 모빌리티 역량을 뽐냈다. 산업 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면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돋보였다.

주요 IT회사, 가전 제조사의 부스에서는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로봇 등이 단골로 등장했다.

삼성 '볼리', 현대차 '플라잉카'…국내 기업 기술력 자랑

먼저 국내 기업들은 AI와 모빌리티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도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굴러다니는 지능형 로봇 '볼리',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대신 전시한 개인용 비행체 'S-A1'은 CES 기간 내내 많은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능형 로봇 '볼리'를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용자 명령을 인식하고 집안의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은 향후 다가올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규정하고, 볼리는 신기술로 발뀌는 일상과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단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도심용 개인비행기로 이동한 다음 최종 목적지까지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심형 미래 교통수단 비전을 공개했다. 현대차가 2028년 내놓겠다고 밝힌 'S-A1'은 활주로가 없어도 이착륙할 수 있는 전기추진수직이착륙(eVTOL) 기능이 탑재된다.

현지 부스에서 'S-A1'은 실제 비행 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2.2m 위로 설치됐으며, 프로펠러가 구동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은 올해도 국내 기업을 따라한 컨셉의 제품을 쏟아냈다. TV, 냉장고와 의류관리기, 세로형 TV등 '신가전'까지 모방했다. 

이와 관련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CES에) 같은 제품이 너무 많이 전시돼 있다고 느꼈다"라며 "기술적 차별화를 빠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CES 2020'에 마련된 네온 부스에서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공지능, 이젠 친구에서 비서로

올해 CES에서는 AI가 단순히 비서 역할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교감하는 '친구'에 가까워질 미래가 제시됐다. 

삼성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STAR Lab)'은 인공 인간 '네온'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인종, 성별, 복장을 한 실제 사람 모습의 인공 인간이 디스플레이 화면에 띄워진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인공 인간과의 대화는 부스 관계자의 시연 시간 외에는 불가능했다. 다만 스타랩 측은 향후에는 여러 나라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감정 표현도 할 줄 아는 인공 인간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AI 기술력 분야에서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시술) 기업들이 협력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주목할만 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CES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분야에서 초협력을 하고 있다"라고 위기감을 드러내며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비롯해 국내 ICT 기업들의 AI 연합군 형성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내 ICT 기업들의 경계 1호인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서도 야외에 대형 부스를 차렸다. 구글 부스 외에도 수많은 부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혹은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되는 기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AI 활용이 두드러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ES에서는 항공사 최초로 델타항공이 다양한 AI 기반 혁신을 제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델타항공은 항공기 위치부터 승무원 규정과 공항 상황 등 수백만 건의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플랫폼을 소개했다. 향후 공항에서 사용될 수 있는 AI 웨어러블 로봇도 선보였다. 

주요 IT기업, 모빌리티 혁신 기술 공개

이번 CES에서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주요 IT기업들도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공개했다. IT기업들의 경쟁 영역이 모빌리티 산업까지 확장된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을 선보이고 협력 소식을 전했다. SK도 계열사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적용한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BMW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5G TCU가 2021년에 양산되는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와가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키로 했다.

조인트벤처는 웹OS 오토(webOS Auto)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 콕핏,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 지능형 모빌리티를 위한 시스템과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 양사는 차량용 SW 개발 역량, 글로벌 영업채널 등 양사의 강점을 토대로 웹OS 오토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전장기업 파이오니아 스마트 센싱 이노베이션즈(PSSI)와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번 CES에서 특히 관심을 끈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컨셉차까지 공개했다.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해 프로토타입 전기차 '비전-S(Vision-S)'를 선보였다.

비전-S는 소니의 강점 중 하나인 이미지센싱 기술 활용한 자율주행 기능이 돋보였다.

비전-S는 CMOS 이미지센서와 ToF 센서를 포함해 차량에 탑재된 총 33개 센서를 통해 차량 내·외부에 있는 사람 및 사물을 감지하고 인식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AI 강자 구글과 아마존도 모빌리티 역량을 강조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BMW, 볼보 차량을 선보였고, 아마존은 CES 기간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등에 알렉사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인텔은 자율주행 택시 자회사 모빌아이를 내세워 자율주행 장면을, 퀄컴은 자율주행차를 지원하는 완성형 시스템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각각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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