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오른쪽) 서울 이랜드 FC 신임 감독과 장동우 서울 이랜드 FC 대표이사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정용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 FC 제공)
정정용(오른쪽) 서울 이랜드 FC 신임 감독과 장동우 서울 이랜드 FC 대표이사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정용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 FC 제공)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프로축구 K2 챌린지리그 서울 이랜드와 정정용 감독은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끊임없는 구애’와 ‘아름다운 양보’로 맺어졌다.

프로스포츠 세계는 ‘프로’라는 이름이 의미하듯이 돈으로 그 선수(지도자)의 가치를 가늠한다.

따라서 몸값(연봉, 이적료, 계약기간)은 절대로 양보가 없다.

서울 이랜드의 장동우 대표는 2019 폴란드 20세 이하 피파월드컵(U-20) 준우승 대표팀의 정정용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서 3고 아니 4고 나아가서는 5고 초려를 해야 했다.

정정용 감독이 폴란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치밀한 작전, 대회에 맞는 콘셉트로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았고, ‘따듯한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쇄도 했다.

정 감독은 지난해 12월2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서 ‘올해의 남자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그에 대한 가치가 더욱 폭등했다.

그러나 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0년간 있었고, 앞으로도 어린 축구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기에 모든 유혹을 뿌리쳤다.

장동우 대표 ‘10고 초려’라도 할 기세

장동우 대표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정 감독의 사인을 받기까지 수개월 동안 전국을 따라 다녀야 했다.

장 대표는 정감독과 목포, 경주, 파주, 대구, 포항 등에서 계속해서 만나면서 끊임없이 설득을 했었다.

당시는 장 대표가 정 감독에게 ‘10고 초려’라도 할 기세였다.

장 대표의 끈질기고 진심어린 구애(求愛)에 결국 정 감독의 사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 감독이 (서울 이랜드)감독 직을 수락하자 이랜드는 정 감독에게 2020년부터 24년까지 5년간 계약기간을 요구했다.

국내외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에게 5년간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짧게는 2년 길어야 3년이 고작이다.

그러나 정 감독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계약기간이 5년은 너무 길고, 3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감독으로서는 연봉도 연봉이지만 사실 계약기간이 더 중요하다.

그 계약기간 동안 소신껏 팀을 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중도에 잘린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일이 생기기 않는 한 (계약기간 동안 연봉)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감독은 계약을 한 후 3년 이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일단 3년간만 계약을 하고, 혹시 성과를 낼 경우 연장여부는 그때 다시 논의 하자고 ‘역 제의’를 했다.

정 감독 5년 계약을, 본인이 3년 계약으로 축소

이랜드 팀에서는 자신의 계약기간을 스스로 줄인 정 감독의 인품에 또다시 감동했다.

그 후 이랜드는 정 감독이 ‘자신의 축구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랜드는 스쿼드의 질과 양을 강화했다. 

울산 현대의 수비수 이상민을 임대했다. 이상민은 태국에서 벌어진 23세 이하 아시아축구챔피언십에서 한국 팀이 우승을 차지할 때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서 선수들로부터 ‘언성 히어로’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에 앞서 부산 아이파크의 김형근(1m88cm)골키퍼를 영입했다. 김형근 골키퍼는 지난 4년 동안 47경기에 출전했었고, 그라운드에서 ‘제11의 필드플레이어’로 수비진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빌드 업’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전력의 3~40퍼센트를 차지하는 외국 선수로는 브라질의 레안드로 히베이루 선수가 돋보인다.

히베이루 선수는 브라질, 포르투갈 ,조지아, 몰도바 클럽 팀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했고, 윙포드가 주 포지션이고, 유럽과 남미 선수로는 드물게 양발을 모두 쓴다. 1m78, 75kg의 체격에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력과 슈팅력을 두루 갖춘 만능선수다.

또한 독일 청소년 대표 출신의 리차드 스쿠타파스 선수(1m90cm, 97kg)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독일 분데스리그 바이엘 04 레버쿠젠 팀에서 18살에 1부 리그 데뷔에 성공했지만 주전으로 도약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 중국 갑 급리그 등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세르비아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라자르 아르시치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교섭을 하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사인을 하게 되면 외국 선수 구성이 끝나게 된다.

정 감독이 이끄는 서울 이랜드는 1월초 목포에서 기초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한 후 지난 10일 태국으로 떠나 2차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데 2월1일 귀국해서 제주도에서 3차 마무리 훈련을 마치게 된다.

나는 네가 운동장에서 뭘 하는지 알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훈련을 할 때 비디오를 충분히 활용 한다.

훈련장에서 4명의 비디오 요원들이 선수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모두 화면에 담는다. GPS가 부착된 훈련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활동량과 전술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운동장에 있는 노트북 컴퓨터에는 선수들의 실시간 데이터가 전달되는 송신기가 부착되어 있다.

데이터를 보고 코칭스태프는 현재 훈련에 참가한 선수가 누구인지 혹은 그 선수가 지금 얼마나 뛰고 있는지에 수시로 확인한다.

선수들은 숫자에 나타나고 있는 숫자 때문에 요령을 피울 수가 없다.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는 데이터를 보고 훈련 양을 조절하고,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반복훈련을 시킨다.

태국에서 벌어진 23세 이하 AFC아시안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학범 감독도 정 감독처럼 비디오 분석의 신봉자다.

이랜드는 1월말까지 태국에서 훈련을 한 후, 2월 1일 귀국, 2월초 2~3일 동안의 짧은 휴식을 취한 후 2월4일 경 제주도로 떠나 마지막 3차 훈련을 실시한다. 그리고 2월28일 K2 챌린지 리그 개막전에 대비하게 된다.

장동우 대표와 정정용 감독의 ‘아름다운 만남’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이랜드는 K2리그에서도 2018년, 2019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었다.

올 시즌 2부 리그는 이랜드의 정정용 감독 외에도,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향한 대전 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 과거 광주와 성남을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시킨 ‘승격의 달인’ 남기일 감독이 맡은 제주 유나이티드 그리고 설기현 감독의 경남 FC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의 ‘치열한 우승 경쟁’으로 2부 리그 사상 최고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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