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준공식이 지난달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쿄올림픽 흥행을 어둡게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준공식이 지난달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쿄올림픽 흥행을 어둡게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오는 7월말 개막되는 도쿄올림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쿄올림픽 본선(7월 24일 ~ 8월 9일)까지는 아직 6개월 정도 남았지만, 올림픽 예선 일정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중국, 도쿄올림픽 예선 장소·일정 변경

중국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 각 종목 예선의 장소와 시간이 줄줄이 변경되고 있다.

오는 2월 3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 B조 예선이 펼쳐질 예정이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장소를 호주 시드니로 변경했다. 중국, 호주, 태국, 대만이 각축을 벌이는 이번 예선은 당초 우한에서 난징으로 바뀌었지만,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아예 개최국을 바꿔 호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또한, 2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릴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도 중국 광둥성 포산에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개최지를 바꿨다. C조에 속한 한국도 가까운 중국에서 유럽의 세르비아로 바뀌는 바람에 ‘시차 적응’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더욱이 2월 12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는 아예 취소되었다. 이와 함께 오는 3월 중국 난징에서 벌어질 예정인 2020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밖에도 2월 3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 복싱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은 중동의 요르단 암만에서 개최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7~8월까지 기승 부릴 듯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에 대한 백신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을 내놓고 있다. 우한 폐렴의 확산 시기가 지나면 임상시험 등을 위한 환자 모집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지난 2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미국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한 폐렴의 원인이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난 1월 초에 분리해 백신 개발에 돌입한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BBC방송은 량줘웨이(梁卓偉) 홍콩대학 의학원장의 말을 인용, “우한 폐렴의 현재 전파 속도와 범위를 볼 때 오는 5월경에 최고조에 다다르고, 7월부터 소강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3년 ‘사스’로 엄청난 피해를 겪었던 홍콩의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의 발표보다 자체 연구 결과를 신뢰하고 있어, 랑줘웨이의 말은 중국 당국의 발표보다 더욱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한 폐렴은 마지막 환자의 치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야 ‘종결’이 선언된다. 따라서 5~7월까지 지속된다면, 7월 24일 개막되는 도쿄올림픽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당사국인 중국 선수들의 일본(도쿄)행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우한 폐렴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중국의 주변국(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태국 등)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주 국가들도 선수 훈련과 선수단 파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각국에서 몰려오는 수많은 선수단과 관광객 및 관중들이 모일 도쿄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된다.

일본, ‘도쿄올림픽’ 통해 세계의 리더로 발돋움하려 했지만…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복귀했다. 일본의 수도 ‘도쿄’의 도시화를 상징하는 ‘수도고속도로’가 건설되고 고속철도인 ‘신칸센’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개통됐었다.

당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의 심장인 ‘도쿄’의 도시 기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급속한 경제성장의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대 들어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20년’과 이웃나라들인 중국과 한국의 부상,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으로 국가의 위상이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더욱이 북한의 위협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국제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그런 가운데 이번 2020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저력을 과시하고 세계의 변혁을 이끄는 리더로 올라서려는데, 우한 폐렴으로 인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겨 비상사태에 돌입한 상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로 곤욕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개최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시당국은 4년 전 이맘때, 그러니까 2016년 1월,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었다.

당시 리우시 당국은 남미와 브라질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방역요원 3000여 명을 동원, 올림픽 개막 이전에 시내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 박멸에 나설 계획을 세웠었다.

리우시 당국은 리우 올림픽 개최 직전인 2016년 4월과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방역작업을 벌여 ‘이집트 숲 모기’ 서식 환경을 모두 제거할 계획이며, 이후 올림픽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일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는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2016년 7월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었다.

그 가운데 한국의 김경태 골퍼가 계획 중인 2세를 위해 올림픽 출전권을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왕정훈 선수에게 양보를 했고, 호주의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 스페인의 미겔 앙헬 히메네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엔 페이스(여자 선수) 등 정상급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렸었던 미국 남자농구의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크리스 폴(LA클리퍼스)과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도 지카 바이러스에 항복했다.

비록 골프나 농구 등 몇몇 종목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리우올림픽은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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