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뉴시안=한빛나 기자]이성희(70)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31일 제24대 새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신임 회장에게 부여된 막중한 과제와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임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회장 결선투표에서 177표, 득표율 60.4%를 얻어 116표, 득표율 39.6%에 그친 유남영 후보자(전북 정읍 농협 조합장)를 61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대의원 총 293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이 회장은 82표를, 유남영 후보자는 69표를 얻었으나 과반 이상을 얻지 못해 두 후보자를 놓고 2차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이 회장은 지난 23대 회장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에서 김병원 전 회장에게 역전패했으나 이번에는 회장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이 회장 취임식은 오는 3일 열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선거 직후 “귀를 열고 제대로 농민과 조합원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71년 낙생농협에 입사한 이후 45년간 농협에 몸 담았으며 낙생농협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 감사위원장을 지내는 등 농협 업무에 능통한 ‘정통 농협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88년 회장직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경기 지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앞으로 4년 동안 220만명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여명에 달하는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이 회장에게는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내부 혁신을 이뤄야 하며, 중앙회장 선거 개선 등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우선 지난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농업계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갈수록 악화되는 농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농협은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화, 농업경영비 절감, 농외 소득원 발굴, 농업인 월급제 또는 농민수당 도입 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 150개에 달하는 미곡종합처리장의 수익성 악화 해결과 시설 현대화와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 필요성도 거론된다.

내부 혁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재무구조 악화와 수익구조의 편중, 방만 경영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농협 순이익은 2조1천261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2% 감소한 것이다. 신용사업의 순이익이 소폭 증가했으나 경제사업은 순손실이 31.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다른 계열사의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해 농협은행 이외 계열사와 사업의 부진이 조직 전체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등도 농협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농협이 초고가 무기명 골프회원권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하고도 458억원 규모의 회원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과 직원들에 대한 주택 구입 대출 무이자 특혜 제공 논란, 1억원대 연봉자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 방식의 경우는 체육관 선거나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던 간선제 방식에서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선거 때마다 불법·혼탁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병원 전 회장도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선거 방식 개선을 위해 이 회장이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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