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박현 기자]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 前애경산업 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이근수 이원신 김우정)는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광현 전 대표에 대해 지난달 31일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고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모 전 전무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으며, 이모 전 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야기된 심각한 피해와 사회적 충격을 고려할 때 제조·판매·유통 과정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고 전 대표 등이 인멸하고 숨긴 자료는 애경이 제조에 관여한 제품과 관련된 것으로, 책임 범위를 밝혀내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어 고 전 대표에 대해 “당시 대표이사로서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직원들에게 범행을 지시했음이 인정됨에도 지속적으로 책임을 전가했다”며 “그에 합당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비난을 회피하려는 이기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범행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고 전 대표 등은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를 본격화한 2016년부터 지난해 기소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내부 자료를 숨기고 삭제·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의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교체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같은해 10월 국회 국정조사 종료 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 자료들을 은닉하는 등 추가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검찰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해 TF를 조직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난해 2월 검찰은 고 전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며, 이어 8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