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이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지역 부동산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이 지난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지역 부동산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뉴시안=김희원 기자]정부가 지난해 쓸 수 있는 규제 카드를 총망라해 꺼내든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정부는 지난 2018년 9.13대책을 통해 대출을 옥죄는 초강수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또 다시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16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발표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골자는 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 원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시가 9억 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도 차등 적용받게 했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서울·세종 전역·경기 일부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고 4.0%로 오르고 시세변동률을 공시가격에 모두 반영하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경우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며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안정되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대체적인 흐름은 부동산 매매 시장은 거래가 줄고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동향은 매매와 전세, 월세 모두 오른 것으로 집계됐지만 수도권과 서울의 상승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또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는 감소한 상황이다.
 
수도권·서울 주택 가격 상승폭 줄어, 대출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증가세 제자리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73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728건과 비교하면 20%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지난해 1만건 넘게 거래가 이뤄졌던 10월 이후 거래는 줄어들고 있는 흐름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일 발표한 1월 기준 전국 월간 주택종합 매매 가격은 0.28% 올랐으나 수도권은 0.62%에서 0.39%로, 서울은 0.86%에서 0.34%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서울은 12·16 대책 영향으로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전체 25개 구 중 24개 구에서 상승폭이 줄었으며, 경기·인천은 개발호재 등으로 상승했으나 서울과 마찬가지로 상승폭은 축소됐다. 5대광역시는 개발호재, 학군수요 등과 관련된 지역 위주로 모두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줄었다. 제주·경북·강원은 하락하고 세종·전남은 상승하는 등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 가격은 0.28% 상승했으며 수도권의 경우는 0.37%에서 0.39%, 서울은 0.38%에서 0.43%, 지방은 0.08%에서 0.17%로 모두 상승폭이 확대됐다. 전국 월간 주택종합 월세가격도 0.04% 상승했다. 수도권(0.07%→0.06%)은 상승폭이 축소됐으며 서울(0.09%→0.09%)은 상승폭이 변동이 없었다.
 
가계 대출의 경우는 대출규제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12·16 대책이 발표된 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제자리 걸음했다. 지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1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11조3950억 원으로 전월보다 증가율은 0.1%대에 머물렀다. 이는 3401억원이었던 지난 2017년 3월 이후 증가 규모가 3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438조63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의 주택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지난 2018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12·16 대책에 대해서 일부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교란과 풍선 효과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열린 ‘부동산 빈부 격차를 해결할 대안과 정책 방향 모색 좌담회’ 토론에서 12·16 대책 효과에 대해 “지난해 12·16 대책이 효과는 있었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도 그렇지만 특히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금지는 정말 상상도 못 한 대책이다”면서도 “다만 이런 방향의 대책은 부동산 시장을 훨씬 더 교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같은 토론에서 “12·16 대책을 포함해 대출 규제가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 투기 자금이 차단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우려되는 것은 특정 세력이나 특정 지역이 문제라고 여기고 정책을 만들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여당 내에선 “‘1가구 1주택자’ 실수요자에 대해 보완 필요” 주장 제기
 
이런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3구·양천, 경기 분당 의원들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대해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모임에는 전현희(서울 강남을), 최재성(서울 송파을), 남인순(서울 송파병), 김병기(서울 동작갑), 황희(서울 양천갑), 노웅래(서울 마포갑), 김병관(경기 성남 분당갑), 김병욱(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등과 서울 서초을에 출마 예정인 박경미 의원(비례대표)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 지역구는 수도권 내 고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지역으로,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규제를 대폭 강화한 12·16 대책의 주요 타깃이 된 곳이다.
 
김병욱 의원은 지난 3일 언론을 통해 “투기 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비율(LTV) 규제를 40%로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며 “당 지도부에 이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하며 부동산 거래시장 내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12·16 대책 계획에 따라 오는 21일 이후부터는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해서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단속 강화 대상은 실거래 신고내용을 토대로 한 편법증여, 대출 규제 미준수, 업·다운계약 등 이상거래에 대한 조사는 물론 집값담합, 불법전매, 청약통장 거래, 무등록 중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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